TRAVEL & EXPERIENCE

세상에서 가장 근사한 캠핑
가수 빽가로 불리는 백성현은 자타 공인 캠핑 마니아다. 경력이 오래되기도 했지만, 그의 캠핑 철학을 들으면 그가 진정한 캠핑 마니아임이 오롯이 전해진다. 그에게 캠핑의 즐거움에 대해 들어봤다.
백성현, 그룹 코요태에서 ‘빽가’로 활동하는 그 백성현이 맞다. 너무 유명한 가수이자 춤꾼. 오랫동안 잡지계와 광고판에서 포토그래퍼로도 활동하고 있다. 패션 화보나 광고 의뢰를 받아 촬영을 하고,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연예인이란 선입견이 싫어 ‘by100’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하지만, 그가 선보이는 사진의 내공이나 공력이 만만치 않아 업계에서는 유명하다.  
빽가

백성현은 캠핑 마니아로도 잘 알려져 있다. 캠핑 경력이 화려한 것은 물론이고 스타일리시하고 독특한 그의 캠핑 스타일은 입소문 난 지 이미 오래다. 최근 팬데믹을 겪으며 다시 부는 캠핑 바람에 방송사에서는 그를 찾아 캠핑에 대해 물을 정도다.
캠핑 이력에 비례해 캠핑을 즐기는 형태도 다양하다. 일본이나 미국 포틀랜드 등 해외로 배낭을 잔뜩 짊어지고 백패킹을 하거나 모터바이크를 타고 모토캠핑을 가기도 하고, 개조한 왜건형 차량에 짐을 가득 싣고 지인들과 여유로운 캠핑을 즐기기도 한다. 공통점이라면 정해진 캠핑 사이트가 아닌 노지 캠핑을 고집한다는 것이다. 대부분 캠핑장에서 전기와 수도를 편히 사용할 수 있는 절충선에서 캠핑을 즐기지만, 그는 어떤 전기나 수도가 없는 자연의 한복판에 텐트를 친다. 캠핑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이나 자연을 훼손시키지 않는 것에 대한 일종의 강박 같은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다. 자연이 있어야 캠핑을 계속할 수 있으니까.
빽가

Q. 한 인터뷰에서 캠핑왕이 장래 희망이라고 답한 내용이 인상 깊었어요. 본인이 생각하는 캠핑왕은 어떤 모습인가요?
A. 어린 시절부터 사진가가 꿈이었어요. 학교 다닐 때 사진을 전공했지만, 가수로 연예계에 데뷔했죠. 데뷔 후에는 꿈꾸던 사진가가 되려고 부단히 노력했어요. 미친 사람처럼 사진을 찍어댔죠. 그렇게 몇 년이 지나자 빽가라는 사람 뒤에 사진가라는 수식어가 붙더라고요. 지금은 사진가를 꿈꾸며 미친 사람처럼 사진을 찍어대던 그때의 마음으로 캠핑을 하고 있어요. 이제 빽가라는 이름에 사진가 외에도 캠핑왕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으면 좋겠어요. 형태는 어떤 식이든 상관없을 거 같아요.
빽가

© by100

빽가

© by100

빽가

백성현이 캠핑 중 촬영한 사진들 © by100

Q. 캠핑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A. 클래식 카를 좋아해 1983년식 골프Mk2를 탔어요. 그때 함께 클래식 카를 타던 친구들과 캠핑 크루를 만들었어요. 처음 가본 캠핑에서 신선한 공기에 눈을 뜨며 상쾌한 아침을 맞았는데, 그때 그 기분에 완전히 매료되어 캠핑에 꽂힌 것 같아요. 아침 공기에 눈을 뜨고 기분 좋게 이상한 소리를 내며 늘어지게 기지개를 펴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Q. 그룹 코요태에서는 빽가, 포토그래퍼로는 by100으로 활동하고 있죠. 캠핑할 때는 온전히 백성현인가요?
A. 캠핑에서의 이름은 딱히 없어요. by100은 사람들이 제 사진을 왜곡해서 바라볼까 봐 겁에 질려 지은 이름이지만, 캠핑은 저를 고스란히 드러내며 하는 것이기 때문에 빽가든, by100이든, 백성현이든 수식어는 뭐라도 상관없어요.

Q. 캠핑과 같은 아웃도어 라이프만의 즐거움은 무엇일까요?
A. 자연에서의 삶 그 자체인 것 같아요. 우리는 도시 속에서, 그리고 집에서 살아가잖아요. 캠핑은 짧지만 자연 속에서 텐트라는 집을 짓고 지내죠. 그런 것들이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해요. 쉬운 예로 집에서 먹는 고기보다 밖에서 먹는 고기가 더 맛있잖아요. 아웃도어에서만 느껴지는 여러 기운이 있는데, 그런 좋은 기운을 받으며 또 다른 삶을 살아가는 게 즐거움이 아닐까 싶네요.
빽가

백패킹을 할 때는 짐만 배낭 한 가득이다.

빽가

2018년 일본으로 캠핑 떠났을 당시

Q. 혼자 자주 캠핑을 가던데, 어떤 매력이 있나요?
A. 나 홀로 캠핑에서는 혼자만의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심심하다는 생각이 들면 그때부터 힘들어져요. ‘즐겨야지’ 하고 생각하면 모든 게 즐거워지고요. 그 순간들을 계획을 짜면서 의미 있는 시간으로 채우는 게 중요해요. 다시 세상으로 돌아왔을 때 캠핑에서 얻은 영감이 내 일과 연결되어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Q. 여럿이 함께 가는 캠핑과는 많이 다른가요?  
A. 장단점이 있어요. 혼자 가면 우선 누구에게 간섭받을 일이 없고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만의 기승전결을 펼쳐야 하기 때문에 더 꼼꼼해지는 것 같아요. 함께하는 캠핑은 아무래도 덜 무료할 테고, 요리의 양이나 메뉴가 달라지겠죠. 캠핑에서 음식은 아주 중요한 부분이니까요.

Q. 캠핑을 가면 떠나기 전 식물을 심고 온다고 들었어요. 일종의 의식인가요?
A. 저는 시설을 갖춘 캠핑장이 아닌 물이나 전기, 화장실이 없는 완벽한 자연에서 노지 캠핑을 해요. 자연에 대한 고마움이 자연스럽게 생기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제가 캠핑한 부근에 나무를 한 그루씩 심는 습관을 가지려고 해요. 잊을 때도 있고 귀찮을 때도 있지만, 그래도 의식적으로 계속 하려고 하면 어느 순간 하지 않는 것이 어색해질 거라고 믿기 때문에 그렇게 습관을 들이려고 해요.
빽가

Q. 캠핑 철학이 궁금해지네요.
A. 클린 캠핑이에요. 내가 가지고 간 쓰레기는 내가 가져오고,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캠핑을 하는 거죠.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서 캠핑할 수 있는 곳이 점점 줄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캠퍼들이 장소를 공유하지 않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생기고요. 자연은 우리의 것이 아니라는 걸 사람들이 좀 더 깊이 이해했으면 해요. 쓰레기조차 처리 못 하는 사람들은 캠핑할 자격도 없다고 생각해요.

Q. 클래식한 빈티지 제품의 장비를 좋아하는 이유가 있나요?
A. 캠핑왕이 꿈이어서 10여 년간 여러 가지 텐트를 사용해보고 다양한 스타일의 캠핑도 해봤는데요, 제가 멋지고 스타일리시하다고 느끼는 건 1970~1980년대 미국 캠퍼 스타일인 것 같아요. 그래서 구글에서 그런 이미지를 조합하고 경매 사이트를 통해 빈티지 캠핑 제품을 모으기 시작했어요. 40~50년 된 제품이다 보니 상태가 엉망인 게 더 많긴 한데, 상태가 괜찮은 제품으로만 캠핑하고 있어요.

Q. 가장 애착이 가는 장비는 무엇인가요?
A. 티타늄 컵요. 10년째 저와 함께하고 있죠. 하도 쓰다 보니 설거지를 해도 까맣게 불에 그을린 자국이 그대로지만 히말라야나 아프리카, 미국 서부 등 저와 모든 곳을 함께해온 제품이에요. 영화 <캐스트 어웨이>에 등장하는 배구공 윌슨처럼, 저에겐 윌슨 같은 존재예요.
빽가

Q. 주로 노지를 찾아 캠핑을 하죠. 여러 불편한 점이 있을 텐데, 그런 장소들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요?
A. 방송 일을 오래하다 보니 많은 분에게 얼굴이 알려져 무엇이든 조심하게 되더라고요. 힐링을 하고 싶어 자연으로 떠났는데 캠핑장에서 조심하며 눈치 보는 저를 보니,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조금 불편하더라도 편하게 힐링하고 싶은 생각에 사람들이 없는 노지만 찾아다니게 된 것 같아요. 물론 화장실이나 물, 전기가 없는 것은 여러모로 불편하지만, 이제 익숙해져서 크게 불편함을 못 느껴요. 인간은 적응하는 동물이잖아요.(웃음)
 
Q. 캠핑 갈 때 꼭 챙기는 건 어떤 건가요?
A. 너무 포괄적인 질문이네요. 기본적으로 텐트와 침낭, 매트, 의자와 테이블, 취사도구와 쓰레기봉투, 랜턴, 헤드 랜턴, 보조 배터리 정도는 꼭 챙겨 가죠.

Q. 캠핑 가서 주로 먹는 음식은요?
A. 간단하게 먹기엔 삼겹살과 라면이 최고예요. 그 조합이면 매일 먹을 수도 있죠. 거기에 소주 한잔! 캬~ 캠핑에서 먹는 삼겹살과 라면, 소주만큼 최고의 궁합이 없죠.
빽가

밴 라이프를 즐기기 좋은 빈티지 아스트로 밴

험한 지형 캠핑에 좋은 지프 랭글러

빽가

라이딩과 캠핑을 즐기기 좋은 혼다 바이크

빽가

1992년식 왜건인 메르세데스-벤츠 300te

Q. 캠핑 다닐 때마다 바이크, 메르세데스-벤츠 왜건형 등 이동 수단을 다양하게 변경하는데요, 각각의 교통수단이 지닌 매력은 무엇인가요?
A. 왜건은 스타일리시하게 캠핑할 때 좋아요. 제가 좋아하는 1970~1980년대 미국 캠핑 스타일과 어울려서 더욱 매력 있죠. 공간도 넓어요. 겨울에 눈길이나 험한 지형을 갈 때는 지프 랭글러를 타고 가요. 사륜구동인 데다 캠핑에 정말 적합하게 나온 차라 어디든 문제없이 갈 수 있거든요. 그리고 가끔 빈티지 아스트로 밴을 타고 캠핑을 가기도 해요. 캠핑 장르 중 ‘밴 라이프’라는 게
있어요. 차박 위주인데, 예전에 미국 히피나 서퍼들이 구닥다리 밴에 서프보드랑 캠핑 장비를 싣고 떠나는 걸 봤어요. 그렇게 세 가지 차종으로 캠핑을 즐기죠. 나머지는 오토바이로 모토캠핑을 해요. 바이크에 짐을 싣고 캠핑을 떠나는 건데, 모토캠핑의 매력도 엄청나죠. 라이딩하면서 캠핑도 즐기는 일석이조의 매력이 있어요.

Q. 캠핑 다녀온 장소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어디인가요?
A. 가장 좋았던 곳은 미국 포틀랜드예요. 도시 자체가 산과 호수, 나무 등 자연으로 뒤덮인 곳이죠. 외가와 친가 친지가 모두 포틀랜드에 살고 있어서 매년 갔어요. 그러다 2년 전에 포틀랜드로 캠핑을 갔는데, 역시 자연이 너무 좋더라고요. 하지만 새벽에 라쿤 무리에게 음식을 모두 빼앗겨버렸죠. 다행히 김치는 건졌어요.(웃음)

Q. 해외 캠핑도 많이 다녀왔죠. 나라마다 캠퍼들의 특징이 있을 것 같아요.
A. 일본은 정말 미니멀하고 깔끔한 캠퍼가 많아요. 일본 사람들의 특성이 그대로 반영되죠. 미국 캠퍼들은 격의 없이 자연스러운 편인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서도 자유롭고요.

Q. 예전에 큰 수술을 받고서 삶에 대한 태도가 변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어요. 캠핑을 하게 된 이유도 그것과 연관이 있나요?
A. 수술 후 가장 크게 변한 건 감사하는 마음을 알게 된 거예요. 전에는 신경도 쓰지 않던 것들이 얼마나 값지고 감사하게 느껴지던지. 그 이후 사람이나 일, 주변과 자연을 대하는 마음이 많이 달라졌어요. 밤에는 달빛에, 아름다운 별들에, 추운 날엔 따뜻한 햇빛에도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죠. 누군가가 제 앞에서 달빛에 감사한다고 말했다면 예전 같으면 손발이 오그라들던가, 아마 야유를 퍼부었을 거예요. 전 원래 그런 사람이었거든요.
빽가

Q. 가장 이상적인 캠핑은 어떤 모습일까요?
A. 항구 같은 캠핑요. 수많은 배가 오가고 정박을 해도 항구는 묵묵히, 변함없이 그들을 받아들이고 또 떠나보내죠. 그러려면 많은 배가 항구를 잘 지켜줘야 하잖아요. 그처럼 배는 캠퍼고 항구는 자연이에요. 캠퍼들이 자연에서 캠핑을 하고 떠나더라도 자연을 잘 지켜서 오래오래 캠핑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클린 캠핑. 그게 바로 캠퍼의 삶이죠.
2021. 3 에디터:정재욱
자료제공: 백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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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 3
  • 에디터: 정재욱
  • 자료제공:
    백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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