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EXPERIENCE

나룻배 투어를 하며 보게 되는 카르스트지형의 절벽 © 전혜인

봄날의 무릉도원, 베트남 닌빈
현실과 상상의 경계에 걸친 몽환적이고 섬세한 풍광이 우리를 반긴다. 베트남의 무릉도원 닌빈에서 보고 즐길 것들.
“진(晉)나라의 태원(太元) 시대 무릉(武陵)에 사는 한 어부가 배를 타고 가다가 길을 잃었다. 계곡의 양옆으로 도화림(桃花林)이 울창했다. 상서로운 기운에 이끌려 앞으로 계속 나아가던 어부는 마침내 어떤 신비한 평화경에 이르렀다. 그곳에는 사방으로 확 트인 기름진 논밭과 아름다운 연못이 있고, 뽕나무와 대나무가 자라며, 개와 닭의 소리가 한가로이 울려 퍼지고, 늙은이와 어린아이가 함께 어울려 즐겁게 살아가고 있었다.”
도연명의 <도화원기> 중에서

동양적 이상향을 섬세하게 묘사한 불세출의 명작 <도화원기>에서 도연명은 상상 속 낙원을 글로 표현했고, 조선 초기 안평대군은 무릉도원에서 노니는 꿈을 꾼 뒤 그 생생한 광경을 잊지 못해 화가를 불러 그림으로 남겼다. 그 유명한 안견의 ‘몽유도원도’다. 꿈결에라도 낙원에서 평화롭게 노닐고픈 마음을 지닌 이가 비단 도연명과 안평대군뿐일까. 누구나 가슴속에 저마다의 무릉도원을 품고 살아간다. 그리고 베트남에서 이러한 무릉도원을 꿈꾸는 이들이 찾는 곳이 있다. 바로 닌빈이다.
태초의 신비를 간직한 아름다운 닌빈 © 전혜인

태초의 신비를 간직한 아름다운 닌빈 © 전혜인

닌빈은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남쪽으로 93km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차량으로 약 2시간 남짓이면 닿을 수 있는 까닭에 하노이 근교에서 방문해볼 만한 여행지 중 최고의 명소로 꼽힌다. 내륙의 하롱베이로 불리는 홍강삼각주(Red River Delta)의 짱안 경관 단지(Trang An Landscape Complex), 천혜의 비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항무아(Hang Mua), 베트남 고대 왕조의 수도였던 호아르(Hoa Lu) 등 풍요로운 자연환경과 역사 유적이 조화를 이루는 닌빈은 총천연색의 보석이 다채로운 빛을 끝없이 뿜어내는 상상 속 보물섬 같은 곳이다.
나룻배를 타고 석회동굴을 탐험한다. © 전혜인

나룻배를 타고 석회동굴을 탐험한다. © 전혜인

나룻배를 타고 석회동굴을 탐험한다. © 전혜인

세상에서 가장 낭만적인 나룻배 투어: 짱안과 땀꼭
뱃사공이 손발로 노를 젓는 작은 나룻배를 타고 얕은 강물을 따라 자연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면 석회암 카르스트지형이 첩첩산중으로 펼쳐진다. 입이 떡 벌어지는 절경 속에서 각양각색의 새들은 우아하게 날갯짓하며 물가를 노닐고, 아찔하게 솟은 절벽에는 염소들이 삼삼오오 모여 풀을 뜯는다. 마음을 안정시키는 물소리를 들으면서 자연이 빚어내는 향기를 들이마시며 진귀한 풍경을 감상하노라면 신선이 부럽지 않다. 환상을 옮겨 적은 듯 꿈결같이 달콤한 이 모든 감동은 육지의 하롱베이로 불리는 짱안(Trang An)과 땀꼭(Tam Coc)에서 경험하게 되는 것들이다.
짱안 경관 단지 전경. 생태 다양성이 보존된 곳이다. © 전혜인

짱안 경관 단지 전경. 생태 다양성이 보존된 곳이다. © 전혜인

탑 모양의 석회암 봉우리들로 에워 싸인 강을 건너며 모양이 제각각인 석회동굴을 탐험하는 짱안, 땀꼭 나룻배 투어는 닌빈에서 꼭 해봐야 할 체험이다. 생태 다양성이 보존되어 있어 매우 다양한 동식물을 만날 수 있으며, 석회동굴을 탐험할 때에는 코앞에서 자연의 오랜 역사를 관찰할 수 있다. 배에 앉아 있는 탑승객의 머리가 닿을 정도로 천장이 낮은 동굴도 있다. 짱안과 땀꼭 중 어느 곳을 선택해도 아름답고 신기한 광경을 볼 수 있지만, 짱안이 땀꼭에 비해 규모가 더 크고 배를 타는 코스가 길다. 땀꼭의 경우 약 한 시간 남짓, 짱안은 두세 시간이 소요된다. 또한 짱안 경관 단지는 세계에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14년 유네스코 세계복합유산에 등재됐다.
만리장성을 본떠 만든 항무아의 계단 길 © 전혜인

만리장성을 본떠 만든 항무아의 계단 길 © 전혜인

자연과 시간이 빚어낸 예술: 항무아
약 500개의 석조 계단을 올라 닌빈의 절경을 감상하는 항무아 하이킹 코스는 닌빈 여행의 하이라이트다. 항무아는 ‘춤추는 동굴’이라는 뜻으로, 베트남 쩐 왕조 시절 왕이 이곳을 지나다 춤추는 여성을 보고 이름을 지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카르스트지형으로 이루어진 닌빈 일대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항무아는 거대한 돌산의 형태를 띠고 있다. 두 봉우리에 정상이 위치하는데, 정상으로 향하는 계단 길은 중국의 만리장성을 본떠 만들었다. 정상 부근에는 비, 농사, 번영을 상징하는 커다란 용의 석상이 세워져 있다.
정상에서 닌빈 일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 전혜인

정상에서 닌빈 일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 전혜인

산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닌빈은 빼어난 절경을 자랑한다. 초록의 논과 구불구불한 강줄기, 수천 년의 시간이 만들어온 카르스트지형이 얽힌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경탄을 자아내게 한다. 자연의 광활함과 시간의 꾸준함 앞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어깨에 지고 왔던 시름을 내려놓고 휴식을 취한다. 항무아의 품에서 만끽하는 찰나의 깊은 평안, 이것이 고된 발걸음을 재촉해 먼 곳까지 찾아온 자들에게 자연이 건네는 깊은 위로요, 우리가 여행을 계속하는 이유일 것이다.
호아르 유적지 © 전혜인

호아르 유적지 © 전혜인

고대 베트남 왕조의 수도: 호아르 유적지
호아르(Hoa Lu)는 10~11세기경 베트남 왕조의 수도가 있던 곳이다. 베트남 역사상 최초의 수도이기도 하다. 성곽 주변을 포함해 약 3k㎡에 이르는 지역이었다. 독립 왕조로서 정치적·경제적으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던 당시, 울퉁불퉁 솟아오른 석회암 카르스트지형은 적의 침입으로부터 수도를 보호하는 자연 방어벽 역할을 충실히 함으로써 이 지역을 최적의 요새로 만들었다. 고대 왕조와 성곽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운 좋게도 세월을 견디고 살아남은 일부 고대 건축물의 흔적을 여전히 볼 수 있다.
10세기경에 지어진 건축물 © 전혜인

10세기경에 지어진 건축물 © 전혜인

호아르 유적지 산책길 © 전혜인

호아르 유적지 산책길 © 전혜인

호아르를 여행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천천히 걸어서 유적지 일대를 돌아보는 것이다. 아치형의 문을 지나 벽돌이 깔린 마당을 조심스레 밟으며 천년 전의 그 시절을 상상해본다. 아주 오랜 시간 건축물과 함께 얽히고설키며 살아왔을 늙은 덩굴식물이 이곳에서의 시간을 짐작케 한다. 황제였던 딘띠엔황(Dinh Tien Hoang)과 레다이하인(Le Dai Hanh), 황후 즈엉번응아(Duong Van Nga)를 기리기 위해 후대에 설립한 절을 방문해도 좋다. 걷기에 자신이 없거나 도중에 지쳐서 발걸음이 무거워진다면 주변에서 대기 중인 오토바이 기사에게 유적지 투어를 요청하는 방법도 있다.
최근 현지인 사이에 인기가 높은 숨겨진 낙원 투옛띤꼭 © 전혜인

최근 현지인 사이에 인기가 높은 숨겨진 낙원 투옛띤꼭 © 전혜인

신비스러운 비밀의 낙원: 투옛띤꼭
거대한 산줄기가 양팔을 길게 뻗어 호수를 살며시 끌어안는다. 절벽으로 둘러싸인 맑은 호수에서는 푸른빛이 뿜어져 나온다. 영화 <반지의 제왕>의 배경이 된 피오르 협곡을 조심스럽게 옮겨 이곳에 펼쳐놓은 듯한 투옛띤꼭(Tuyet Tinh Coc)은 최근 현지인 사이에서 인기가 급부상하고 있는 ‘핫한’ 관광지다. 입이 떡 벌어지도록 아름답고 이국적인 경관 덕분에 화보와 웨딩 사진 촬영지로 각광받고 있다. 닌빈의 유명한 관광지와 달리 투옛띤꼭은 아직 해외 여행객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숨어 있는 보물을 찾는 것에 기쁨을 느끼는 이들에게는 투옛띤꼭이 안성맞춤인 셈이다.
아오지아이 호수의 물고기들 © 전혜인

아오지아이 호수의 물고기들 © 전혜인

호숫가의 반얀나무 © 전혜인

호숫가의 바니안나무 © 전혜인

첩첩이 쌓인 절벽로 인해 외부 세계와 단절되어 있어 비밀의 낙원을 연상케 하는 아오지아이(Ao Giai) 호수는 변화무쌍한 아름다움을 펼쳐 보인다. 수면 위로 해가 떠오르면 초록색 이끼로 인해 호수가 마치 커다란 한 덩이의 옥처럼 빛난다. 새벽녘과 습한 날에는 뽀얀 안개가 내려앉아 꿈결 같은 호수를, 연꽃철인 여름에는 탐스러운 연꽃이 가득한 호수를 감상할 수 있다. 호수를 따라 걷다가 보이는 산 중턱의 사원과 동굴 또한 의미 있다. 200개 계단을 올라 만날 수 있는 안띠엠 동굴 사원은 고대 왕조 호아르 시절부터 불교식으로 제사를 올리고 종교의식을 시행하던 역사적 장소다. 특히 황후였던 즈엉번응아가 말년에 종교에 귀의해 이곳에서 남은 여행을 수행하며 보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티 없이 파란 하늘과 청량한 녹음, 속세의 모든 것을 정화할 수 있을 것같이 맑은 물, 근심이라고는 도무지 모르는 새들의 청아한 지저귐, 보드랍게 내려앉은 안개 속에 고요하게 생명을 피워내는 꽃들. 닌빈을 걸으며 바람에 몸을 맡기고, 흩날리는 민들레 홀씨에 마음의 소란을 고이 얹어 날려 보낸다.
 
롯데호텔 하노이

롯데호텔 하노이

롯데호텔 하노이

하노이에서 머물 곳: 롯데호텔 하노이
롯데호텔 하노이는 하노이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한 롯데센터 하노이의 상층부에 위치한다. 도시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수려한 전망을 자랑하며, 318실의 객실은 베트남 전통 문양을 차용한 디자인으로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베트남 특산물은 물론, 세계 각지에서 공수한 신선한 식자재로 만든 환상적인 요리를 제공하는 레스토랑과 하노이의 스카이라인을 조망할 수 있는 루프톱 바 등 여행자들의 입을 즐겁게 하는 요소도 가득하다.
주소 54, Lieu Giai St. Cong Vi Ward. Ba Dinh, Hanoi
문의 +84-24-3333-1000
홈페이지 www.lottehotel.com/hanoi-hotel
2021. 5 에디터:김혜원
글: 전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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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 5
  • 에디터: 김혜원
    글: 전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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