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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항공산업을 한눈에, 국립항공박물관
서울 김포공항 인근에 항공의 역사와 현재를 확인할 수 있는 국립항공박물관이 있다. 이곳에서는 대한민국의 비행기 역사, 기술과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을 보고 체험할 수 있다. 봄 햇살 가득한 5월,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 가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지난해 75, 국립항공박물관이 조용히 개관했다. 코로나19로 모이기 어려운 시기여서 홍보도 조심스러웠다. 다녀온 사람들마다 홍보가 제대로 안 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짙다. 그만큼 볼거리, 즐길 거리가 많다는 평이 대세다.
한국은 불과 100년 전 식민지로 침탈을 당하고, 70년 전에는 세계 각국의 군대가 치열하게 맞붙은 전쟁을 겪은 나라다. 50년 전만 해도 절대 빈곤에서 탈피하지 못해 배를 곯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경제적·정치적·문화적으로 세계의 동경을 받는 선진국 대열에 발을 들여놓았다. 
국립항공박물관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되었다는 표현은 과장만은 아니다. K-컬처 붐도 그렇지만 인천공항을 찾은 외국인의 숫자나 그들의 평가를 봐도 대한민국의 현재를 확인할 수 있다. 20013월 문을 연 인천공항의 국제 여객 수송 규모는 세계 5, 국제 화물 수송 세계 3위다(2019년 기준). 질적인 면에서는 더 좋은 성과를 올렸다. 국제공항협의회 공항 서비스 평가에서 12년 연속으로 세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공항 서비스에서만 두각을 나타낸 게 아니다. 항공운송 세계 6, 항공기 제작 세계 12, ICAO(국제민간항공기구) 7년 연속 이사국 선임 등 항공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립항공박물관

여기서 한발 더 나가는 시도가 필요한데, 이것이 국립항공박물관이 문을 연 이유이기도 하다. 항공 문화와 항공 산업의 어제와 오늘을 정리하고, 이 분야의 내일을 이끌 미래 인적 자원을 양성하기 위해 6년간의 준비 끝에 국립항공박물관이 김포공항 옆에 문을 연 것이다. 안타깝게도 코로나19의 유행 때문에 성대해야 할 개관 행사는 조촐하게 열렸고, 박물관 홍보도 적극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2021년 봄 현재도 국립항공박물관에는 온라인으로 사전 예약을 한 제한적 인원만 입장할 수 있다. 전시 관람은 하루 6, 회차당 100명만 가능하다. 하지만 인원이 제한되는 대신 소수 관람객만의 특전을 만끽할 수 있다. 민항기 기장의 관람 안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와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나라의 항공 역사를 배우는 건 아주 재미있으면서 색다른 경험이 된다
국립항공박물관

국립항공박물관

항공독립운동과 임시정부 한인비행학교 역사 등을 소개하는 항공역사관

대한민국 항공의 역사, 독립운동으로 시작되다
3층으로 이뤄진 국립항공박물관의 외형은 항공기 엔진을 모티프로 한다. 안으로 들어가면 항공역사관이라는 표식과 함께 한국의 최초 비행사 안창남 선생의 소개가 눈에 들어온다. 16세에 서울 용산에서 미국인의 곡예비행을 보고 매료된 안창남은 비행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19세에는 도쿄의 비행학교에서 비행기 조종을 배웠고, 이듬해인 19215월 일본 민간 비행기 시험에서 공동 1등을 차지하며 비행사 면허증을 취득했다. 1920년대에 하늘을 난다는 것은 꿈 같은 일이었다. 특히 19193·1운동이 무참히 진압된 한반도에서 조선인이 하늘을 날 수 있다는 사실은 민족 자긍심과도 연결되었다.
안창남의 인기는 지금의 아이돌 이상이었다. 그에게 비행기를 사줘야 한다는 모금 운동이 벌어졌다. 수많은 모금과 후원으로 안창남은 영국제 뉴포트 쌍엽기를 개조한 금강호를 타고 서울의 하늘을 비행하게 되었다. 1210, 금강호는 여의도에서 출항해 남산을 거쳐 창덕궁 상공을 돌고 귀환했다. 당시 서울 인구는 30만 명이었는데, 5만 명이 안창남의 비행을 구경하려고 거리에 나왔다. 얼마든지 편하고 화려한 인생을 살 수 있을 것 같았던 안창남은 안락한 삶을 뒤로하고 1924년 중국으로 망명한다. 상하이의 대한독립공명단에 가입하고 독립운동에 투신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1930년 비행 교육 도중 추락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고 만다. 29세의 젊은 나이였다.
국립항공박물관 관람은 최초의 비행기 조종사이자 독립운동가인 안창남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의 이야기가 대한민국 비행 역사의 시작이기도 하니까. 안쪽에선 그가 몰았던 금강호의 실물 모형도 구경할 수 있다
국립항공박물관

항공역사관의 ‘대한민국의 항공역사’ 전시실 내부

역사에서 산업에서, 즐거움에서 감동으로
박물관 입구에서 숙연해진 마음을 가다듬고 안으로 들어가면 세계의 항공 역사를 알 수 있는 각종 자료가 등장한다. 실제 제작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아이디어만으로도 놀라운 다 빈치의 비행기 스케치, 더운 공기를 머금은 종이봉투의 부상에서 착안한 몽골피에의 열풍선 개발(1783), 방향을 조종할 수 있는 앙리 지파르의 비행선(1852), 록 밴드 이름인 레드 제플린으로 더 익숙한 길이 128m초대형 비행선 체펠린(1900년) 관련 자료는 흥미롭기만 하다. 영국의 항공학자 조지 케일리(1773~1857년)가 양력, 항력, 추력, 중량의 네 가지 힘과 비행기의 이론적 기반을 확립했다는 사실은 어른들의 호기심도 자극한다
국립항공박물관

국립항공박물관

국립항공박물관

역사 속 실물 항공기를 전시해 항공 역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국립항공박물관

항공역사관의 ‘세계의 항공역사’ 전시실 내부

1차 세계대전 초기의 항공전 모습은 지금과 많이 달라서, 보조 조종사(겸 사수)는 권총 사격으로 적국 비행기를 공격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전쟁 속에서 항공 산업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기관총과 프로펠러의 동조 장치가 만들어졌고, 비행기 엔진의 출력도 계속 높아졌다. 전쟁이 끝난 후에는 전쟁 중 생산해놓은 수많은 비행기가 우편과 화물 운송 등 민간용도로 활용되었다. 찰스 린드버그의 대서양 횡단 이후로는 더 많은 연료를 싣고 더 멀리 비행할 수 있는 비행기 개발이 가속화했다. 1935, 항공 산업의 역사에 기념비적 모델인 DC-3가 개발되었다. DC-3는 많은 사람을 태우고 장거리 운행하는 게 가능했다. 여객선으로 활용하면 흑자 운영할 수 있는 최초의 비행기였던 것이다. 이렇게 흥미진진한 세계의 항공 역사 자료를 둘러보고 나면 새로운 방이 나온다
국립항공박물관

미래 생활의 변화를 가져올 다양한 항공기술

한인비행학교에서 무인비행기까지
대한민국의 항공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다. 세계의 항공 역사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비행기를 군용으로 먼저 활용하려 했다. 해방 이후가 아니라 대한민국임시정부 시절에 이미 우리나라는 항공에 관심을 뒀다. 국립항공박물관의 개관일인 202075일은 대한민국임시정부 한인비행학교 개교일인 192075일의 100주년 기념일이기도 하다. 비행기의 중요성을 인지했던 상해임시정부의 초대 군무총장인 노백린 장군은 비행학교 설립 방안을 찾아 고심하던 중 캘리포니아에서 김종림을 만났다. 그는 1906년 미국으로 이주해 철도 건설 노동자로 일하다가 캘리포니아에서 벼농사를 시작했으며, 제1차 세계대전으로 곡물 가격이 폭등하면서 백미대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큰돈을 벌게 되었다. 노백린을 만난 김종림은 캘리포니아 윌로스의 토지와 2만 달러를 기부해 비행학교를 설립했다. 윌로스 비행학교 출신 장교들은 항공독립운동가로 활약했다. 국립항공박물관에선 항공독립운동가인 노백린, 오림하, 이용선, 이초, 한장호, 이용근, 장병호의 동상을 만날 수 있다
국립항공박물관

이후의 항공 역사는 산업화와 맥을 함께한다. 중동에 건설 특수가 일어나면서 건설 노동자와 각종 건축자재를 실어 나를 항공기와 공항, 항공 운항 기술이 필요해졌다. 자연스럽게 2층 항공산업관으로 발걸음이 이어진다. 항공산업관은 우리나라 항공 산업의 오늘을 보여준다. 나라를 빼앗겨 중국의 도시들을 옮겨 다니며 셋방살이를 해야 했던 임시정부, 태평양 건너 이역만리에 설립해야 했던 항공학교. 험난한 출발이었지만 100년간 엄청난 노력과 성과가 나왔다. 여의도의 작은 공항에 의존해야 했던 우리나라가 김포공항을 통해 세계와 연결되었고, 이후 인천국제공항은 전 세계 하늘길의 허브가 되었다.
항공산업관에선 공항 서비스 부문 12년 연속 세계 1, 세계 12번째로 초음속 비행기를 자체 개발하고, 세계 6번째로 독자 개발한 초음속 비행기를 수출한 우리나라 항공 산업의 오늘을 확인할 수 있다. 어제를 돌아보고 오늘을 바라보니 자랑스러운 마음이 더 커진다. 각종 무인비행기 등 항공 산업의 미래도 살짝 엿볼 수 있다
국립항공박물관

블랙이글 제트기 탑승 체험

국립항공박물관

B747 여객기 조종체험

국립항공박물관

행글라이딩 VR

3층은 항공생활관이다. 온라인으로 미리 신청해두면 이곳에서 보잉 747기를 조종 시뮬레이터로 체험하거나 VR 고글을 쓰고 360도 회전하는 공군 에어쇼 제트기 조종석에서 짜릿함을 만끽할 수도 있다. 인천국제공항 관제탑을 옮겨놓은 관제실에서 관제사 역할도 가능하다. 일반 관람과 달리 체험 교육 공간은 유료로 운영되지만 비용을 지불할 가치는 차고 넘친다.
매시 30분마다 조종사나 승무원 출신의 도슨트들이 박물관을 안내하니, 꼭 이 전시 해설을 들을 것을 추천한다. 국립항공박물관은 재미있는 볼거리가 가득하다. 그리고 즐거움이 자긍심으로, 자긍심이 발전을 향한 다짐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공간이다. 역사에서 산업으로, 과거에서 현재를 거쳐 미래로 연결되는 흐름의 완성도가 매우 높다. 위생방역 조치도 훌륭하고, 제한된 관람 인원에 대한 안내 서비스도 칭찬할 만하다. 국립항공박물관은 아이들과 체험하기에 꽤 괜찮은 선택이다. 

주소 서울시 강서구 하늘길 177
관람 시간 10:00~18:00(매주 월요일 및 1월 1일, 설·추석 당일 정기 휴관)
전화 +82-2-6940-3198
홈페이지 www.aviation.or.kr
2021. 5 에디터:정재욱
글: 이중한
자료제공: 국립항공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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