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맨해튼의 미드타운. 모이니핸 트레인 홀은 맞은편에 있는 펜 스테이션(Penn Station)의 확장 개념이다. 오픈과 동시에 모이니핸 트레인 홀은 앰트랙(Amtrak)의 새로운 보금자리이자 롱아일랜드 레일로드(Long Island Railroad, LIRR)의 승객 서비스를 지원하는 공간이 되었다. 앰트랙은 누구나 알고 있듯 미 대륙을 횡단하는 가장 대표적 열차 시스템이고, 롱아일랜드 레일로드는 맨해튼과 그 남동부의 롱아일랜드 전체를 이어주는 뉴요커들의 주요 통근 수단이다. 보통 때 같으면 매일 60만 명의 승객이 오가는, 서반구에서 가장 분주한 도시 간 기차역이 바로 이 맨해튼 펜 스테이션이다.

홀의 중간부. 바닥과 벽의 메인 재료로 사용한 퀘이커 그레이 대리석이 안정적이고 따뜻한 느낌을 연출한다.

승객들이 길을 좀 더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포물선 형태로 이루어진 유리 천장과 이를 지지하고 있는 스틸 트러스
건물이 오픈한 것은 1910년. 덕분에 지역 간 이동이 편리해져 큰 호응을 얻었는데, 무엇보다 디자인이 화제였다. 미국의 대호황 시대였던 만큼 공 들여 지은 건물은 보자르 양식을 띠고 있었다. 당시 디자인을 맡은 건축사무소 매킴, 미드 & 화이트(McKim, Mead & White)는 로마의 카라칼라 욕탕(Baths of Caracalla)을 모델로 삼았다. 고급스로운 밀퍼드 핑크 화강암, 벌집 모양의 격자 천장, 아치형의 우아한 회랑, 웅장한 대리석 기둥들과 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창까지. 하나하나가 뉴요커들의 자랑거리였다.
이렇게 사랑받던 오리지널 펜 스테이션은 1963년 허무하게 철거된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철도 이용객이 줄어든 것이 이유였다. 서비스를 축소하는 방안으로 그 자리에 복합 건물이 지어졌으며, 지상을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 내어주고 펜 스테이션은 지하를 차지한다.

거대 작품 속에 담긴 7만2천 개의 LED 조명이 은은한 빛을 발하며 황홀경을 이룬다. / Elmgreen & Dragset, The Hive, 2020, Stainless steel, aluminum, polycarbonate, LED lights, and lacquer, Commissioned by Empire State Development in partnership with Public Art Fund for Moynihan Train Hall. Photo: Nicholas Knight, courtesy Empire State Development and Public Art Fund, NY
사실 제임스 A. 팔리 빌딩의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맨해튼 미드타운에서 8번가와 9번가 사이, 31번 스트리트와 33번 스트리트의 슈퍼 블록 두 개를 차지하는 초대형 건물이다. 그만큼 쉽지 않은 과제였다. 2016년, 프로젝트를 다시 수면 위로 올린 이는 뉴욕 주지사 앤드루 M. 쿠오모(Andrew M. Cuomo). 공기업과 사기업이 함께 윈윈하는 모습으로 건물과 기차 홀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희망은 현실이 됐다. 빌딩은 철도 서비스 외에도 쇼핑, 다이닝 등 다양한 목적으로 방문할 수 있는 장소로 기능할 것이다. 현재 건물은 모이니핸 트레인 홀 위주로 열려 있지만 올 하반기에는 남은 6만8,000m² 터에 여러 매장이 들어서게 되며, 이미 확정된 페이스북을 비롯해 차차 여러 회사의 오피스 공간으로도 자리 잡을 예정이다.

중앙 홀의 시계는 네 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약 8m 높이에 걸려 어디서나 잘 보인다.

스틸 기둥과 연결된 대리석 베이스. 포인트로 사용한 대리석은 이탈리아산 코벨라노 실버 대리석(Covelano Silver marble)이다.

열차 플랫폼을 향하는 에스컬레이터. 정면에 보이는 대리석은 이탈리아산 코벨라노 실버 대리석이다.
현재 펜 스테이션과는 현저히 차이가 나는 모이니핸 트레인 홀의 넉넉하고 여유로운 공간 구성, 빛이 부유하는 환경은 자연스레 안전과 위생의 감각을 상기시킨다. 중앙 홀은 시선을 가로막는 기둥이 없어 더욱 넓고 쾌적하다. 그 안에서 바닥과 벽을 이룬 퀘이커 그레이 대리석(Quaker Grey Marble)은 은은한 빛과 함께 따뜻한 느낌을 만들어준다. 이 대리석은 100년 전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을 위해 사용한 테네시산 대리석과 원산지가 같다. 세월이 흘러도 그 견고함이 변함없는 미국산 대리석의 자부심을 보여주는 것이다.
공간을 빛으로 가득 차게 하는 28m 높이 유리 천장은 전체 면적이 무려 4,046㎡다. 자동으로 작동하는 조명이 둘러 있어 시간대에 따라 빛의 조도가 달라진다. 저녁 러시아워에는 보다 따스한 하얀색 조명이 들어온다. 부드럽고 따뜻한 빛을 뿜는 것은 중앙 홀 중심에 놓인 시계도 마찬가지다. 네 개의 대칭면을 지닌 이 시계는 피터 페노이어 아키텍츠(Peter Pennoyer Architects)에서 디자인했다. 노스탤지어를 자아내는 매력적인 서체 디자인은 길과 철로의 신호 체계에서 가져왔다.

티켓 발매를 마친 승객들을 위한 대기실에 걸린 작품 / Stan Douglas, 1 March 1914 and 2 March 1914, from Penn Station’s Half Century, 2020, Ceramic ink on glass. One of nine photographic panels from Penn Station’s Half Century, Commissioned by Empire State Development in partnership with Public Art Fund for Moynihan Train Hall ©Stan Douglas. Courtesy of the artist, Victoria Miro and David Zwirner. Photo: Nicholas Knight, courtesy Empire State Development and Public Art Fund, NY
그런가 하면, 31번 스트리트 중간 지점의 입구에는 베를린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스칸디나비안 아티스트 듀오 엘름흐레인 & 드라그세트(Elmgreen & Dragset)의 ‘Hive’를 만날 수 있다. 종유석처럼 뒤집혀 천장에 매달려 있는 작품은 약 100개의 빌딩이 이룬 도시 경관. 작가들이 거울처럼 반짝이는 재료로 베이스를 만들고 그 위에 작품을 올린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방문객이 그 안에 자신을 투영시키며 가상의 도시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으면 해서다. 제목이 ‘벌집’인 이유는 도시가 결국 여러 사람이 함께 살기 위해 특정 룰을 수용함으로써 완성되는 거대한 컬래버레이션이라는 의미다.

천장 프레스코화와 스테인드글라스의 형식으로 현대 흑인들의 모습을 담았다. / Kehinde Wiley, Go, 2020 © Kehinde Wiley. An original work of art commissioned by Empire State Development in partnership with Public Art Fund for Moynihan Train Hall. Photographer: Nicholas Knight. Image courtesy of the Artist, Sean Kelly, New York, Empire State Development and Public Art Fund, NY
변화는 시작되었다. 덕분에 우리는 뉴욕에서 더 많은 것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주소 455 Madison Avenue at 50th St., New York
전화 +1-800-804-7035
홈페이지 www.lottenypalac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