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EXPERIENCE

숲이 부른다
멀리 한라산이 보이고 그 주변으로 오름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숲길 한가운데 서서 고개를 어디로 돌려도 길게 뻗은 나무들이 한눈에 담기는 곳. 서귀포 치유의 숲에는 평안과 힐링이 가득하다.
산림과학자이자 전 산림청장인 신원섭은 저서 <치유의 숲>에서 “그저 숲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또는 창을 통해 멀리서나마 숲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행복하다”라고 했다. 덧붙여 “숲과 자연에 관한 연구들을 살펴보면, 숲은 인간이 자기 인식과 자각을 할 수 있게 함으로써 더 자신답게 살 수 있도록 한다”라고도 했다. 누구든 집 밖으로 난 거실 창을 통해 사각형의 빽빽한 빌딩이나 아파트 숲을 보길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숲을 바라보고 싶고, 그 안으로 들어가 마음껏 걷고 숨 쉬고 싶어 한다. 숲이 주는 행복이자 치유의 과정이다.

쭉 뻗은 삼나무 숲 사이를 걷다 보면 힐링 그 자체다.

숲이 선사하는 마법 같은 힐링
제주시에서 출발해 한라산 1100고지를 지나 한라산 남쪽 산록남로를 타고 달리다 보면 서귀포 치유의 숲(이하 치유의 숲)을 만나게 된다. 숲은 한라산 남쪽 지역을 마주보는 시오름 일대와 이어진다. 그래서인지 대체로 완만한 다른 오름과 달리 시오름을 오르는 길은 가파른 숲길이다.
제주 토박이에게 치유의 숲은 낯선 지명이다. 예전부터 이곳은 시오름이라 불렸기 때문이다. 치유의 숲으로 가자고 하면 갸우뚱하는 택시 기사나 마을 사람이 여전히 있을 정도다. 치유의 숲 일대는 과거 화전민이 밭을 일군 산골이었다. 인근 목장에서는 소와 말을 풀어놓고 기르기도 했다. 시오름에 나무와 풀이 무성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2016년 제주도에서는 최초로 치유의 숲으로 선정되어 개장했다.
해발 320~760m에 위치한 치유의 숲은 약 174만㎡ 규모다. 난대림과 온대림, 한대림을 망라한 150여 종의 식생이 서로 몸을 기대며 살고 있는데, 60여 년을 자생해온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숲마다 빼곡히 들어서 있다.
치유의 숲은 총 15km의 숲길로 구성된다. 예전부터 숲을 관리하기 위해 운영하던 가멍오멍 숲길을 포함해 가베또롱 치유숲길, 벤조롱 치유숲길, 산도록 치유숲길, 엄부랑 치유숲길 등 다양한 숲길 코스를 걸을 수 있다.

곳곳에 쉼팡이 있어 쉬어 갈 수 있다.

소중한 숲을 보호하는 의미로 제주돌로 쌓아올린 돌담

노고록 무장애나눔길에 설치된 점자 안내문

평안함으로 가득한 숲
‘누구나 편안히 숲을 즐기고 치유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조성 취지는 숲길 시작점에 자리한 노고록 무장애나눔길에서부터 느낄 수 있다. 노고록은 ‘편안한’을 뜻하는 제주어로, 휠체어로도 다닐 수 있는 길이다. 1km 길이로 숲길 치고는 길지 않은 구간이지만 장애인과 임산부, 노약자와 어린이 등 보행 약자도 쉽게 산책할 수 있다.
치유의 숲에서 가장 큰 길이자 중심이 되는 길은 가멍오멍 숲길이다. 약 1.9km에 이르는 이 길은 숲 입구부터 힐링센터까지 이어진다. 치유의 숲으로 조성하기 전부터 숲을 관리하기 위한 주 통행 길이었는데, 이 길을 걷는 동안 숲에 자생하는 대부분의 수종을 만나볼 수 있다. 숲길 중간 지점마다 탐방객이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쉼팡이 마련되어 있다.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탐방 내내 함께하는 산림치유해설사에게 설명을 듣는 곳이기도 하다.
숲길이 그러하듯, 치유의 숲 역시 여러 갈래의 작은 길이 이어지고 헤어진다. 처음 탐방에 나서면서부터 가멍숲길과 오멍숲길로 갈라지는데, 가멍숲길은 작은 샛길을 따라 2km, 오멍숲길은 1km를 걸으며 숲을 들여다본다.

숲길은 시오름과 이어진다.

나무 기둥 곳곳에 넝쿨이 가득하다.

중심 길인 가멍오멍 숲길을 1km쯤 걷다 보면 엄부랑 숲에 다다르고, 옆으로 700m 정도 이어진 샛길이 나온다. 엄부랑 치유숲길이다. 엄부랑은 ‘엄청난, 큰’이란 의미의 제주어다. 시간이 없어도 이 숲길만큼은 꼭 걸어야 한다고 해설사들이 입 모아 추천하는 길이다. 쭉 뻗은 삼나무 군락이 말 그대로 거대한 장관을 이룬다. 이른 새벽에 걷는다면 몽환적 판타지 영화의 세계로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들 것 같다. 하지만 그 거대함에 압도당하는 느낌보다 포근하게 감싸인 듯 편안함이 앞선다. 이 숲은 ‘17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 생명상’을 수상했다.
엄부랑 치유숲길을 나와 다시 가멍오멍 숲길로 이어지는 길에서는 오고생이 치유숲길, 가베또롱 치유숲길을 만나게 된다. 오고생이는 ‘있는 그대로’를 뜻하는 제주어로, 오고생이 치유숲길은 현무암과 화산송이로 쌓아 올린 돌길이 안정감과 고즈넉함을 느끼게 한다. 그러고 보니 숲길마다 현무암과 화산송이가 보인다. 더러는 길가에 깔려 있고, 더러는 제주식 담으로 쌓여 있고, 또 일부는 곳곳에 자연스레 널브러져 있다. 화산섬 제주답게 빽빽한 나무 군락 사이에 자리한 화산송이 담이 조화롭다.
엄부랑 치유숲길 끝에는 시오름으로 향하는 오르막길이 있다. 비교적 평탄한 숲길과 달리 나무 사이 빽빽한 산길을 1km 넘게 올라야 하는 수고가 필요하다. 시오름 정상에서 바라보는 한라산은 차를 달리면서 보는 그것과는 다른 감상을 선사한다.

시오름 정상에서 바라본 한라산

숲에서 만난 천남성. 옛날에는 사약 재료로 쓰였다.

쓰러진 나무 기둥에 핀 버섯

치유를 위한 프로그램
서귀포 치유의 숲은 한국관광공사에서 선정한 대한민국 웰니스 관광지다. 단순히 숲길을 걷는 것만이 아니라 웰니스(wellness)의 의미에 걸맞게 자연을 통해 온전히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참가자를 위한 산림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숲이 지닌 다양한 환경 요소를 활용해 인체 면역력을 높여주고, 사람과 자연의 조화를 도모해 건강함을 지속해준다는 취지다. ‘따로 또 같이’(가족 산림 치유), ‘열고, 만나고, 나누고!’(직장인 산림 치유), ‘노고록허게마씸!’(일반인(성인) 산림 치유) 프로그램 등 세 가지 프로그램이 있다. 노고록허게는 ‘여유롭게’란 의미의 제주 방언이다.
모든 프로그램은 산림휴양해설사의 안내로 약 3시간 정도 진행한다. 숲을 걸으며 나무 체조와 명상을 하고 숲길 끝 지점에 있는 힐링센터에서 다담과 족욕을 통해 몸의 이완과 심신의 안정을 얻는다. 하루 2회 운영하는데, 회당 10명으로 한정한다.

숲속의 집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힐링센터

산림휴양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숲길을 걷는 숲길 힐링 프로그램도 있다. 궤영숯굴보멍 코스를 함께 걷는데, 숲의 문화, 자연 이야기뿐 아니라 쉬멍 치유숲길에 있는 숯가마터를 통해 옛 제주인의 삶을 살펴보다 보면 한층 제주와 밀접해진 느낌이 든다. 매일 오전 10시와 오후 2시부터 2회 진행한다.
치유의 숲에는 생수 외의 음식물은 반입을 금지한다. 그 대신 제주의 대나무 바구니에 제주 향토 음식을 담은 차롱치유밥상을 신청할 수 있다. 한라산 표고버섯과 톳주먹밥, 전복, 빙떡 등이 들어 있다. 예약이 필요한 치유의 숲 인기 상품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코로나19로 현재 잠정 중단된 상태다.
치유의 숲에서 진행하는 모든 프로그램과 탐방은 예약을 해야 참여할 수 있다. 하루 300명(주말 600명)만 입장 가능하기 때문이다. 복장도 중요하다. 코로나19 시대인만큼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은 당연하고, 운동화나 등산화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숲길을 걷기 위한 태도와 자세가 우리 심신의 건강을 책임진다.

주소 제주도 서귀포시 산록남로 2271번지
전화 +82-64-760-3067~8
탐방시간 하절기(4~10월) 08:00~18:00 / 동절기(11~3월) 09:00~17:00
홈페이지 서귀포 치유의 숲 

제주에서 머물 곳: 롯데호텔 제주
롯데호텔 제주는 500개의 객실을 갖춘 리조트 호텔로 중문관광단지에 자리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리조트 호텔 ‘더 팰리스 오브 더 로스트 시티’를 모델로 한 설계와 제주 천혜의 자연이 어우러져 이국적 분위기가 물씬 난다. 호텔 셰프들이 엄선한 최상의 제주 현지 식자재로 요리한 140여 종의 메뉴를 올데이 다이닝 레스토랑 ‘더 캔버스(THE CANVAS)’에서 맛볼 수 있다. 사계절 온수풀과 헬로키티 캐릭터 룸 등 다양한 시설로 가족과 연인에게 사랑받는 호텔이다.

주소 제주도 서귀포시 중문관광로 72번길 35
전화 +82-64-731-1000
홈페이지 www.lottehotel.com/jeju-hotel/ko
2021. 7 에디터:정재욱
포토그래퍼: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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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 7
  • 에디터: 정재욱
  • 포토그래퍼: 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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