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EXPERIENCE

고등어 © 김나훔

[INSIDER GUIDE] 일러스트레이터 김나훔이 발견한 강릉의 매력
프로필 사진을 요청하니 고등어 그림을 보내는 사람. 이 심상치 않은 일러스트레이터의 눈에 비친 강릉은 어떤 도시일까? 강릉에서 그림을 그리며 살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김나훔이 소개하는 강릉과 그의 작업.
“강릉은 저에게 밝고 여유로운 도시예요. 대도시와 다른 시간의 속도를 갖고 있는 것 같아요. 밝은 표정의 친절한 사람들, 호수와 바다, 산과 같은 자연이 저를 강릉으로 이끌지 않았나 싶어요.”
김나훔, 일러스트레이터
송정해변에서 바라본 풍경 © 김나훔

송정해변에서 바라본 풍경 © 김나훔

휴식을 취하기 좋은 장소?
송정해변의 소나무 아래 돗자리를 깔고 누워 햇살과 파도 소리를 즐기는 것이 저의 휴식입니다. 송정해변부터 강문해변까지 이어지는 소나무 숲 길은 제가 좋아하는 산책 코스기도 하죠. 특히 햇살 좋은 날, 이 소나무 숲 사이를 거니는 걸 정말 좋아합니다.
· 송정해변(송정해수욕장) 강원도 강릉시 송정길30번안길 20-3
좋아하는 카페?
에그타르트와 커피가 맛있는 ‘즈므로스터리’를 좋아합니다. ‘비사이드 그라운드’는 창밖 풍경이 아름답고, 지하에 구경할 만한 편집숍이 있어 즐겨 찾는 곳이죠. 물론 디저트와 음료도 맛있고요. 드립 커피로 유명한 ‘봉봉방앗간’도 추천합니다.
· 즈므로스터리 강원도 강릉시 토성로123번길 7
· 비사이드 그라운드 강원도 강릉시 용지로 136
· 봉봉방앗간 강원도 강릉시 경강로2024번길 17-1
버드나무 브루어리의 맥주 © 김나훔

버드나무 브루어리의 맥주 © 김나훔

모락모락단팥죽의 팥빙수 © 김나훔

모락모락단팥죽의 팥빙수 © 김나훔

즐겨 찾는 식당?
‘미트컬쳐’에서는 신선한 재료로 만든 훌륭한 유럽 요리를 맛볼 수 있습니다. 유럽으로 잠시 여행 온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죠. ‘버드나무 브루어리’는 수제 맥주와 셰프님의 다양한 메뉴 페어링이 일품인 곳입니다. 직접 삶고 졸인 팥으로 만든 단팥죽을 판매하는 ‘모락모락단팥죽’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달지 않고 맛있는 단팥죽이죠. 여름에는 시원한 옛날 팥빙수를 추천합니다.
· 미트컬쳐 강원도 강릉시 경강로 2629
· 버드나무 브루어리 강원도 강릉시 경강로 1961
· 모락모락단팥죽 강원도 강릉시 보래미길 75
좋아하는 숍?
커피와 디저트를 판매하는 ‘오브더모먼트’에서는 예쁜 식물과 화분도 만날 수 있습니다.
· 오브더모먼트 강원도 강릉시 임영로 189
허난설헌·허균 생가 © 김나훔

허난설헌·허균 생가 © 김나훔

강릉에서 꼭 봐야 하는 것?
‘오죽헌’, ‘선교장’, ‘허난설헌·허균 생가’에는 자연과 고택의 조화가 안겨주는 감동이 있어요.
· 오죽헌 강원도 강릉시 율곡로3139번길 24
· 선교장 강원도 강릉시 운정길 63
· 허난설헌·허균 생가 강원도 강릉시 난설헌로 193번길 1-29
숨은 보석 같은 장소?
‘노암터널’. 월화거리에서 다리를 건너 강릉 남쪽으로 넘어가면 등장하는 운치 있는 터널입니다. 이색적인 분위기의 장소를 찾는다면 이곳을 추천합니다.
경포호수 밤 산책 © 김나훔

경포호수 밤 산책 © 김나훔

영감을 주는 장소?
한적한 장소에 위치한 ‘대추무 파인아트’에 갑니다. 국내외 다양한 미술 작품을 전시하고 있어요. 해 질 녘 대관령으로 넘어가는 해와 호수가 정말 아름다운 ‘경포호수공원’도 즐겨 찾는 장소입니다.
· 대추무 파인아트 강원도 강릉시 성산면 소목길 18-21
· 경포호수공원(경포호수광장) 강원도 강릉시 초당동 459-28
가장 강릉다운 풍경?
바다에 정말 밀접해 있는 차도인 강릉 헌화로 드라이브 코스를 달려보세요.
대관령을 넘어 강릉으로 오다가 피로에 지쳐 잠든 팬더곰 © 김나훔

대관령을 넘어 강릉으로 오다가 피로에 지쳐 잠든 판다 © 김나훔

About Insider: 현실에 상상을 더하는 일러스트레이터 김나훔
일러스트레이터 김나훔의 그림을 처음 본 것은 오래전 영화 <잉투기>의 포스터를 통해서였다. 마치 어린 시절 그린 소방안전 표어 포스터나 웹툰 만화의 한 장면 같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흘러 그의 그림을 다시 보았을 때 단박에 <잉투기> 시절의 그를 떠올리지 못한 것은 그림에서 어떤 편안함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고군분투하는 삶을 살던 작가는 베를린을 거쳐 강릉에 정착했다. 큰 바위가 거친 파도와 바닷바람에 깎이고 닳아 둥글둥글한 몽돌이 되어 해변에 자리 잡듯, 그는 그렇게 바다가 보이는 강릉에 안착했다. 그때와 같은 것은 여전히 일상과 상상의 경계를 허물고 관람객에게 위로와 위트를 전하는 그림을 그린다는 점이다. 현재 그는 강릉에서 그림을 그리는 동시에 여행자들이 강릉을 주제로 한 그의 작품과 소품을 감상하고 소장할 수 있도록 작은 갤러리 겸 편집숍 ‘오어즈(Oars)’를 아내와 함께 운영하고 있다.
Q. 현재 거주하는 동네와 그 주변 풍경은 어떤가요?
A. 최근 강릉 교동의 주택가로 이사했어요. 높은 건물이 없고 일정한 크기의 주택이 밀집된 동네예요. 그러다 보니 작은 마당에 해도 잘 들고, 옥상에서 하늘을 올려다보기도 참 좋아요.
5층 베란다 © 김나훔

5층 베란다 © 김나훔

Q. 강릉 생활은 언제부터 시작했나요?
A. 이제 2년 정도 된 것 같아요. 저는 사춘기를 강원도에서 보냈는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되면 무조건 서울에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10년 넘게 서울에서 사회생활을 했죠. 그런데 번아웃이 온 거예요. 삶의 의욕이 모두 사라졌죠. 무엇을 위해 이렇게 아등바등 살아가나 싶기도 하고, 우울증까지 왔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직장을 그만두고 무작정 베를린으로 떠나 1년 정도 살았어요. 그 시간 동안 자연이 주는 힘, 그림을 그리며 나답게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고, 한국으로 돌아와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장소를 찾아다녔죠. 그때 우연히 강릉에 왔다가 이곳의 매력에 빠져버린 거예요.

Q. 프로필 이미지로 보내준 고등어 그림이 직장 생활을 접고 베를린으로 떠나기 전에 그린 거죠?
A. 맞아요. 우연히 다큐멘터리에서 고등어를 봤어요. ‘오늘 밤 반찬이 될 고등어에겐 내일이 없구나’라고 생각하면서 불편한 위로를 받았죠. 가장 힘든 시기에 그린 그림인데, 지금은 가장 아끼는 작품이 되었어요. 평소 포트폴리오 프로필 사진으로도 사용하고요.
고등어 © 김나훔

고등어 © 김나훔

엄마가 된 누나 © 김나훔

엄마가 된 누나 © 김나훔

Q. 영화 <잉투기>의 포스터로 대표되는 초기 작업과 현재 작업을 비교하면 그림에서도 안정과 여유가 느껴지는 것 같아요.
A. 과거에는 일상의 답답함, 사회에 대한 불만 같은 부정적 요소를 임팩트 있는 그림으로 풀어내는 경향이 강했다면, 지금은 ‘내가 볼 수 있는 좋은 것들을 더 많이 그리고 가까이에서 보자’로 생각이 바뀐 것 같아요. 나이 든 탓도 있겠지만, 빌딩 숲을 떠나 자연 가까이에 터전을 잡은 영향도 크다고 생각해요.

Q. 로컬 일러스트레이터로서 강릉을 작업에 어떻게 담고 있는지도 궁금해요.
A. 누구나 아는 강릉의 유명한 장소가 아닌 제가 좋아하는 평범한 장소나 풍경을 작품의 배경으로 담아내고 있어요. 최근에는 제가 찍은 사진 위에 일러스트를 그리는 작업도 하고 있는데, 사람들의 반응이 좋아서 기뻐요.
강릉 교동 바나나 © 김나훔

강릉 교동 바나나 © 김나훔

Q. 일상적 사진 위에 커다란 음식과 동물, 혹은 의인화된 동물이 등장하는 시리즈죠?
A. 네. 제가 예전부터 사진 찍기와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는데요, 사진은 우리의 현실을 아름답게 담아내는 작업이고, 그림은 무한한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작업이라 매력적이라고 느꼈어요. ‘이 두 가지를 접목해 현실 세계에서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연출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시리즈예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을 소재로 하는 대신 작은 것은 크게, 큰 것은 작게 그렸죠. 무언가 생뚱맞게, 고정관념을 뒤집을수록 사람들이 그림을 유쾌하게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슈퍼마켓의 고양이 © 김나훔

슈퍼마켓의 고양이 © 김나훔

Q. 그 작업을 통해 어떤 것을 보여주고자 했나요?
A. 유럽의 한 도서전에 갔을 때 일이에요. 한 노부부가 그림책이 가득한 책장 앞에서 어떤 그림책을 살지 웃으면서 이야기 나누며 고민하더라고요. 그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우리는 그림책 하면 아이들을 떠올리지만, 사실 즐거운 그림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잖아요. 성별이나 나이 구분 없이 모두가 엉뚱한 상상을 할 수 있어야 하고, 또 그런 여유가 필요하다고 봐요. 현실적 문제에서 벗어나 제 그림 앞에서만큼은 잠시라도 엉뚱한 상상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이디어는 그럴 때 떠오르는 것 같아요. 생각이 유연해지면서 머리가 말랑말랑할 때···.

Q. 강릉에는 언제까지 머무를 예정인가요?
A. 자연은 삶이 지루해질 때 계절의 변화로 선물을 주는 것 같아요. 계절에 따라 산, 바다, 호수의 표정이 변하는데, 그 광경을 관찰하는 것이 저에겐 큰 즐거움을 안겨주죠. 그런 면에서 강릉은 정말 더없이 좋은 곳이에요. 지금은 강릉이 주는 영감과 편안함이 정말 만족스러워 다른 곳에서의 삶은 떠오르지 않아요. 다만, 저희 부부 둘 다 인생은 여행이라고 생각하고 ‘계획 없이 살자’가 모토기 때문에 강릉에 평생 머물지는 않을 것 같아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어요.
정동진 고양이 © 김나훔

정동진 고양이 © 김나훔

Q. 여행자가 강릉을 더욱 잘 즐기는 방법이 있을까요?
A. 모두 자기만의 여행 스타일이 있기에 조심스럽지만, 일정을 타이트하게 잡지 말고 조금은 느슨하게 강릉을 즐기면 어떨까 싶어요. 마음에 드는 장소가 있다면 다음 날 다시 방문해봐도 좋을 거예요. 날씨에 따라, 또는 아침과 저녁 시간에 따라 느낌이 전혀 다르거든요. 또 하나는 카페나 편집숍 같은 공간을 방문할 때 주인장과 가벼운 대화를 시도해보는 거예요. 사실 같은 공간에서 반복적인 일을 하는 저 같은 운영자 입장에선 여행자들과 나누는 대화가 신선한 즐거움을 주기도 하거든요.

Q.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A. 2년 전 무작정 강릉으로 내려왔을 때 마음속에 작은 포부가 있었어요. 서울과는 멀어지지만 더 먼 세계로 진출하는 거였죠.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공간적 제약을 받지 않는 여러 프로젝트의 의뢰를 받고 있어요. 가상현실과 디지털 아트워크 관련해서도 협의 중이고요. 몸은 비록 강릉에 있지만 다양한 나라와 협업을 늘려가면서 영역을 확장해나갈 생각이에요. 물론 상황이 조금 더 안정되면 오프라인 전시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싶어요.

김나훔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nahumkim
 
2021. 11 에디터: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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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 11
  • 에디터: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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