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EXPERIENCE

제주에 위치한 복합 문화 공간 ‘공백’ © 공백

롯데호텔 도시에서 만난 업사이클링 건축
낡고 버려진 건축물을 정비해 갤러리, 카페, 레스토랑으로 선보여 다시금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곳이 있다. 서울, 속초, 제주, 부산 등 롯데호텔이 위치한 도시의 업사이클링 공간으로 안내한다.
서울 | 계동 이잌
1940년 개원한 ‘최소아과의원’의 붉은 벽돌 건물은 자신의 소명을 다한 뒤 한동안 방치되어 있었다. 계동이 자아내는 차분하고 깨끗한 분위기를 좋아해 동네를 자주 오갔던 외식 브랜딩 & 디자인 스튜디오 이이오오(EEOO)의 이승환 대표. 그는 계동의 정서를 대변하는 건물이 방치된 것에 의문을 품고 오랜 고민 끝에 계동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레스토랑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2020년 6월 낮에는 브런치 카페, 저녁에는 와인바로 운영하는 ‘계동 이잌’이 문을 열었다.
계동 이잌 외부 전경 © 이이오오

계동 이잌 외부 전경 © 이이오오

이승환 대표가 리모델링을 진행하며 중점을 둔 점은 최소아과의원 건물을 원형 그대로 보존하며 본연의 색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2018년 최 원장님이 별세한 후 여러 임대인을 거치면서 설치한 것들이 건물과 전혀 어울리지 않았어요. 최소아과의원 건물은 계동의 중심부에 위치하기 때문에 고유한 분위기를 가져가지 않으면 계동 전체 분위기가 바뀌어버려요. 이곳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계동 고유의 정서를 이해하도록 돕는 데 집중했습니다.” 1940년부터 사용한 기와와 벽돌을 그대로 보존한 외관이 계동이라는 동네의 역사를 전달한다면, 이이오오가 창조한 아름다움은 2층에서 잘 드러난다. “낮에는 넓은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공간 전체를 밝히고, 밤에는 2층 조명이 안과 밖을 모두 밝혀 계동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안과 밖의 물리적 경계만 있을 뿐 정서적 경계를 허무는 역할을 하는 것이죠.”
채광이 좋은 내부 © 이이오오

채광이 좋은 내부 © 이이오오

감칠맛이 좋은 단새우 오일 파스타 © 이이오오

감칠맛이 풍부한 단새우 오일 파스타 © 이이오오

이승환 대표는 계동 이잌이 아름다운 공간, 맛있는 음식과 와인이 함께하며 사람들의 감정과 감성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옛 동네의 정취를 품은 계동 이잌에서 와인을 마시며 특별한 시간을 만들어보자. 메뉴로는 겨울에 더욱 맛있는 석화를 애피타이저로 즐기고, 직접 만든 먹물 생면을 사용해 감칠맛이 뛰어난 ‘단새우 오일 파스타’를 식사로 곁들이길 추천한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4길 28
문의 +82-70-8865-2255
인스타그램 @eeeatseoul
 
속초 | 칠성조선소
2018년 속초 청초호를 마주 보고 있는 조선소 앞마당에서 음악 페스티벌이 열렸다. 젊은이들은 밴드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고 노래를 불렀다. 6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 자리를 지킨 조선소가 어떻게 속초 여행 코스에 빠지지 않는 핫 플레이스이자 로컬 문화의 커뮤니티로서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을까? 미국에서 목선 제조 기술을 배운 뒤 2013년 속초로 돌아와 아버지를 도우며 일하던 최윤성 대표는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어획량 감소, 어촌 고령화 등 여러 이유로 수리를 전문으로 하는 ‘조선소’라는 업종을 유지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레저 선박 제작으로 방향을 틀어 조선소를 유지해보려는 시도도 뜻대로 되지 않아 조선소를 정리해야 하는 시기가 당겨졌죠. 오랫동안 부모님을 설득한 끝에 지금의 모습으로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청초호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 © 칠성조선소

청초호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 © 칠성조선소

칠성조선소의 역사를 담은 뮤지엄 © 칠성조선소

칠성조선소의 역사를 담은 뮤지엄 © 칠성조선소

칠성조선소의 역사를 담은 뮤지엄 © 칠성조선소

1952년부터 할아버지가 운영하던 조선소는 현재 카페 공간인 오픈 팩토리와 조선소의 역사를 볼 수 있는 뮤지엄, 그리고 아이들이 뛰놀 수 있는 플레이스케이프 등으로 운영하고 있다. 최윤성 대표는 ‘칠성조선소’를 “살아 있는 공간으로 남기고 싶었다”라고 말한다. 재미있는 일들을 상상하고 그런 일들이 일어나는 곳, 그리고 여전히 배를 만드는 곳으로 말이다. 칠성조선소의 레저 선박 브랜드 ‘와이크래프트보츠’가 카누와 카약 같은 소형 레저 선박을 개발·제작하던 공간인 카페 건물 한편에는 여전히 작업실이 남아 있다. 칠성조선소의 가장 오래된, 1960년대에 지은 이 건물은 현재 뮤지엄이 되었다. 조선소의 옛 모습이 담긴 사진, 도면, 그리고 목조 어선 모형이 전시된 이곳에서는 공연이나 영화제 등의 행사가 열린다.
2018년 열린 뮤직 페스티벌 현장 사진 © 칠성조선소

2018년 열린 뮤직 페스티벌 현장 사진 © 칠성조선소

야외 정원은 배를 육지로 끌어올리고 작업하던 공간으로, 철길이나 선대가 여전히 남아 있다. 야생 초지의 자연스러움과 아름다움을 뽐내는 정원을 둘러보고 선대 위에 앉거나 누워보자. 전시실마다 다른 이야기를 품은 뮤지엄을 둘러본 후 카페에 앉아 호수의 풍경을 바라봐도 좋다. “공장의 이곳저곳, 예전에 사용하던 기계, 버려진 쇳덩이 하나하나가 저에게는 의미 있는 것들이라 이를 분류하고 정리하고 다듬어 보여주는 일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려야 할지 많이 고민했고, 지금도 계속 고민 중입니다.” 물론 가족의 애정이 담긴 이곳을 가장 잘 즐기는 방법은 공간과 물건에 쌓인 시간을 여유를 갖고 느껴보는 것일 테다.
주소 강원도 속초시 중앙로46번길 45
문의 +82-33-633-2309
인스타그램 @chilsungboatyard
 
제주 | 공백
1982년 지어 폐허와 같던 냉동 창고에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 제주 북동쪽 해안가 마을 동복리의 끝자락에 자리한 ‘공백’이다. 공간의 규모와 제주의 자연이 시선을 압도하는 공백은 다양한 전시 문화 콘텐츠와 커피, 베이커리를 즐길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이다. 2년여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19년 문을 열었다.
제주 자연의 일부 같은 공백의 내부 전경 © 공백

제주 자연의 일부 같은 공백의 내부 전경 © 공백

공백의 총괄건축가 최무규는 공백의 첫인상을 이렇게 기억한다. “40여 년간 사용한 냉동 창고 건물은 바람 많은 제주 바닷가 풍경에 스스럼없이 동화되어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발견한 제주의 아름다움에는 가혹함과 적막함이 묻어 있었죠. 우리는 그 감정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발견되길 바랐습니다.” ‘아무것도 없이 비어 있음’을 의미하는 공백이라는 이름처럼, 이곳의 모든 공간적 장치는 제주의 자연을 발견하기 위해 비워둔 것 같다. 제주의 바다와 하늘을 담아내는 개구부, 자연스럽게 생긴 슬레이트 지붕과 벽 틈새로는 제주의 빛과 바람이 통과한다. “공백은 마치 담백한 그릇과 같아요. 공백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제주입니다.” 그 말의 의미는 탁 트인 시야 너머로 제주 바다가 이어지는 입구에서부터 느낄 수 있다.
카페에서는 다양한 베이커리와 음료를 맛볼 수 있다. © 공백

카페에서는 다양한 베이커리와 음료를 맛볼 수 있다. © 공백

카페에서는 다양한 베이커리와 음료를 맛볼 수 있다. © 공백

공백 외부 전경 © 공백

공백 외부 전경 © 공백

동시대 사람들이 꾸려나가는 내부도 제주의 자연, 인더스트리얼한 인테리어만큼 매력적이다. 카페에서는 매장에서 매일 구워 내는 신선하고 맛있는 베이커리와 직접 로스팅한 원두와 수제 청, 시럽으로 만든 음료가 준비되어 있다. 갤러리에서는 한국화가 이왈종 작가의 초대전, 카메라 브랜드 라이카의 사진전이 열렸으며, 공간 곳곳에 전시된 이광호 작가의 설치미술 작품과 미디어 아트 그룹 팀 보이드의 로보틱스 작품은 언제든 관람할 수 있다.
주소 제주도 제주시 구좌읍 동복로 83
문의 +82-64-783-0015
인스타그램 @gongbech.official
 
부산 | 브라운핸즈 백제
건물 외관에 걸린 다양한 상업 시설의 입간판을 떼어내자 100여 년의 세월을 간직한 붉은 벽돌 건물이 진가를 드러냈다. 부산역에서 도보로 2분 거리에 자리한 이 건물은 1922년에 들어선, 부산 최초의 근대식 개인 종합병원인 ‘백제병원’이다. 10년 후 병원이 문을 닫은 뒤에는 식당, 치안대 사무실, 영사관과 임시 대사관 등으로 쓰였다. 본래 5층 규모의 건물이었으나 1972년 발생한 화재로 한 층이 사라지기도 했다. 시대의 희로애락이 담긴 듯한 이 허름한 건물에 사람들이 발걸음하기 시작한 것은 2016년이다. 주물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라이프웨어를 선보이며 오랜 세월의 가치에 주목하는 브랜드 ‘브라운핸즈’가 이곳을 새롭게 조명했기 때문이다.
시간의 흐름이 보이는 건물 외관 © 브라운핸즈

시간의 흐름이 보이는 건물 외관 © 브라운핸즈

“새로운 변화가 아닌 건물의 시초로 되돌리는 게 리모델링의 좋은 방향이라 생각합니다. 초기 모습을 찾기는 어려웠지만, 기존의 누적된 불균형한 인테리어를 들어내고 훼손된 공간을 본래 모습으로 복원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브라운핸즈를 설립한 김기석 실장의 설명이다. ‘브라운핸즈 백제’는 브라운핸즈가 운영하는 카페다. 이름 또한 ‘백제병원’이라는 원래 이름에서 가져왔다. 아치형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것 같다. 옛 모습을 고스란히 살리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이는데, 벗겨낸 페인트와 시멘트 자국에 화려한 테이블과 의자가 어우러져 이국적인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국적인 분위기의 매장 내부 © 브라운핸즈

이국적인 분위기의 매장 내부 © 브라운핸즈

이국적인 분위기의 매장 내부 © 브라운핸즈

이국적인 분위기의 매장 내부 © 브라운핸즈

100년 동안 이곳을 거쳐 간 이들이 쌓아온 수많은 추억 위에서 즐거운 만남과 함께 특별한 기억을 만들어보자. 한편, 브라운핸즈는 기존의 역할을 다한 건물을 찾아 새로운 기능을 하는 공간으로 재생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인천 개항로, 안양 서원풍력 등 전국에서 그들이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은 공간을 만날 수 있다.
주소 부산시 동구 중앙대로209번길 16
문의 +82-51-464-0332
인스타그램 @brownhands_baekje_
 
2021. 12 에디터:김혜원

Where to stay?

LOTTE HOTELS & RESORTS
  • 2021. 12
  • 에디터: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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