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EXPERIENCE

공장 지대가 문화 광장으로, 셉카벨 포트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가장 핫한 동네를 묻는다면 젊은 세대들은 셉카벨 포트라고 답한다.
“아빠, 거기 말고 더 핫한 곳이 있어!”
로프트 에타쥐 프로젝트 방문 후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하자, 딸아이가 소개해준 장소가 바로 셉카벨 포트(Sevcabel Port)다.
“설마, 바실리섬에 그런 곳이 있다고?”

아이가 말한 장소는 내가 저렴한 세차장을 찾아 자주 들르던 곳이었다. 붉은 벽돌로 만든 항구 공장 지대에 자리 잡고 있는데, 오래되고 외진 곳이라 행인은 거의 없고 간혹 노동자만 보일 뿐이었다. 이런 곳에 산책로가 있으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업무차 바실리섬에 갈 때도 신호등이 없는 지름길이다 보니 이동 경로로만 이용했지 차 타고 지나가면서 특별한 것은 보지 못했다. 딸의 말에 반신반의하며 한번 가보기로 했다. 수용소처럼 우중충하고 육중한 붉은 벽돌 건물들이 답답하게 붙어 있는 곳. 그 누구도 기분 좋은 공간을 만나리라는 기대를 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대문을 통과해 단지 내로 들어서는 순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신세계가 펼쳐진 것이다.
 

항구 공단의 변신
지금은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했지만 예전에 셉카벨 포트는 항구 공단에 있는 케이블 공장이었다. 이 공장은 19세기 말에 설립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무척 오래된 기업 중 하나다. 독일의 유서 깊은 기업 지멘스 공장도 이 단지에 자리 잡고 있었다. 셉카벨 포트는 코제벤나야 길 양쪽에 대규모 생산 시설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2014년 회사 경영진은 바다에서 떨어져 있는 코제벤나야 39번지 내 시설들을 현대화하기로 결정한다. 핀란드만에 접해 있는 40번지 일대를 문화 비즈니스 공간으로 전환하기로 한 것이다.

1991년 소련 해체를 겪으며 러시아는 경제 위기를 맞았다. 많은 공장이 가동을 멈추고 유서 깊은 건물들은 수리하지 않은 채 방치되었다. 그 후 경제가 회복되면서 도시 재생 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지정돼 있어 외관을 마음대로 바꾸지 못한다. 결국 기존 건물을 유지하면서 현대적 수요에 맞게 개선하는 방향으로 모색하는 수밖에 없었다. 셉카벨 포트 프로젝트는 헬싱키, 암스테르담, 스톡홀름, 런던, 바르셀로나에서 이미 시행하던 산업 구역 개발 사례를 모델로 삼았다. 야적장, 공장, 창고를 문화 예술 공간으로 재창조하는 프로젝트였다. 도시 재생 사업의 공통점은 도시의 역사적·건축적·사회적 맥락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문화 및 비즈니스 요구를 조화롭게 결합하는 것이다.

셉카벨 포트 프로젝트는 방치되어 사용하지 않는 건물을 철거하는 대신 단지의 20%를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덕분에 상트페테르부르크 항구의 역사적 회색 벨트를 문화 및 비즈니스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성공적 프로젝트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바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바닷가 도시지만 항구와 공장이 해안을 점유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만 해안을 따라 펼쳐지는 핀란드만의 거대한 만조, 바다를 가로지르는 대교, 크루즈 터미널 등의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시민들이 해안가 풍경을 누리기 위해서는 교외로 나가야 했다.

셉카벨 포트 프로젝트는 닫혀 있던 도심 해안을 개방해 도시와 바다가 만나는 멋진 풍경을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었다. 이제 누구나 연중 24시간 도심에서 해안가를 산책할 수 있다. 한여름 갈매기 떼처럼 해안가에 옹기종기 앉아 백야의 노을을 감상하는 사람들을 보면 변화의 참모습을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 셉카벨 포트 프로젝트에 의해 개방된 해안 산책로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새로운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셉카벨 포트 팩토리 이벤트
셉카벨 포트에서는 1년에 600회 이상의 이벤트가 열린다. 다양한 창작 그룹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이곳에는 여러 공방과 사무실, 전시장, 콘서트 및 스포츠 홀, 어린이 스튜디오, 상점 및 쇼룸, 레스토랑, 카페 및 바가 들어서 있다. 연중 개방할 뿐 아니라 사계절 내내 다양한 이벤트와 실험적 아티스트들의 퍼포먼스가 펼쳐지는 덕분에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민들의 이색적 체험과 취미의 장이 되고 있다.

방문객은 해안가에 설치된 공공 조각인 태양력을 통해 해를 담아 볼 수 있다. 겨울이 되면 특설 링크에서 스케이트도 만끽한다. 건물에 들어선 레스토랑과 카페를 비롯해 푸드 트럭에서는 다양한 나라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 공예를 배우고, 비정기적으로 열리는 다양한 전시회를 통해 현대미술의 세계에 푹 빠지며, 거의 매일 열리는 재즈와 세미 클래식 공연, 팝 콘서트 등을 관람하며 즐거운 밤 문화를 누릴 수 있다.

도시가 행자를 부르는 방법
셉카벨 포트는 2018년 9월 개항 이래 계속 발전해가고 있다. 레노베이션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새 입주자를 맞이하기 위해 공장 건물 전체를 현대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곳에 북극연구박물관과 해안 전망대도 들어설 계획이다.

건축을 전공한 필자가 학창 시절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말이 ‘맥락’이다. 현대 도시의 모습은 과거와 많이 다르다. 장식을 배제하고 오직 기능에 의해서만 건물의 가치가 결정되는 쪽으로 발전해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반성이라고 해야 할까? 도시 재개발을 하더라도 그 장소의 역사성과 사회성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가 모더니즘 건축의 화두였다.

셉카벨 포트는 퇴락한 산업 시설을 신중하게 개조해 새로운 문화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항구에 대한 역사적 기억도 남겨주고 있다. 또 시민들에게 해안 산책로를 개방함으로써 도시 재생 사업이 어떻게 시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젊은 힙스터들이 셉카벨 포트를 찾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셉카벨 포트(Sevkabel Port)
주소 Kozhevennaya line, 40, Vasilievsky Island Harbour, St. Petersburg
운영시간 단지는 연중 24시간 개방, 단지 내 시설은 10:00~23:00
웹사이트 sevcableport.ru/en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머물 곳: 롯데호텔 상트페테르부르크
롯데호텔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가장 유명한 곳인 성 이삭 광장 맞은편에 자리 잡고 있다. 호텔은 1851년에 지은 역사 깊은 건물을 리모델링해 사용하고 있으며, 인근에는 넵스키 프로스펙트 주요 거리와 예르미타시미술관, 마린스키 극장 등이 자리한다. 지하 1층, 지상 6층 규모로 총 10개 타입의 객실 150실을 갖춘 호텔 내부에는 다양한 레스토랑과 시설이 들어서 있다.

주소 2, Antonenko Lane, Saint-Petersburg
전화 +7-812-336-10-00
홈페이지 www.lottehotel.com
2022. 3 에디터:정재욱
글: 이현희

Where to stay?

LOTTE HOTELS & RESORTS
  • 2022. 3
  • 에디터: 정재욱
    글: 이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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