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EXPERIENCE

알바로 시자가 설계한 전망대 소대가 멀리 보이는 풍경 © 김준

사유를 위한 수목원, 사유원
숲과 나무, 아름다운 건축물이 함께하는 사유의 공간. 사유원을 걷다가 쉬고, 잠시 사유하고 다시 걸으며 숲을 만났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키고, 과물전 망신은 모과가 다 시킨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모과는 못난 형태 때문에 향기와 효능이 억울함을 보는 과일이다. 하지만 경북 군위에는 그 모과나무 덕분에 세상에 없는 수목원이 만들어졌다. 철강 회사를 운영하는 기업가 유재성이 배에 실려 일본으로 팔려나가는 오래된 모과나무 네 그루의 사연을 들은 후 아깝고 안타까운 마음에 값을 치르고 사들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으다 보니 어느덧 100여 그루가 훌쩍 넘었고, 나무가 살 수 있는 곳을 찾아 조성한 곳이 사유원의 시작인 것이다. 모과나무 네 그루는 세월이 흘러 어느새 32만3,082㎡, 축구장 45개 규모의 수목원이 되었다. 

하늘에서 바라본 소요헌 ©김종오 / 사유원 제공

숲을 보며 사유하고 성찰하다
사유원. ‘사유(思惟)하다’에서 나온 이 말은 반가사유상의 ‘사유’와 같은 한자를 사용한다. 생각하는 정원이란 이름의 이 거대한 수목원에는 모과나무 108그루를 비롯해 소사나무·소나무·배롱나무·느티나무 등이 곳곳에 자리하며, 그것들이 어우러져 숲과 뜰, 정원이 되었다. 이곳엔 나무와 숲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적재적소에 놓인 건축과 조경, 서예는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 철학과 사유도 사람들을 맞이한다.
방문객은 숲 사이를 걸으며 나무를 보고, 함께 조성된 건축물과 조경을 감상하며 그것이 놓인 이유와 공간을 깨닫는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마치 순례자처럼 그렇게 곰곰이 생각에 빠지곤 하는 자신을 만나게 된다.

느티나무 숲 한유시경의 풍경 ©강위원 / 사유원 제공

와사에서 바라본 야외 풍경 ©강위원 / 사유원 제공

나무와 건축, 조경이 만나는 숲
그저 풍채 좋고 보기 좋은 수목원에 그치지 않기를 바랐던 설립자가 자신의 생각에 맞는 공간을 완성하기 위해 건축가와 조경 전문가, 서예가를 불러 모았다. 이렇게 승효상과 알바로 시자, 정영선과 가와기시 마쓰노부 등 각 부분 전문가들이 공간을 만지고 다듬었다.
사유원의 특징 중 하나는 각 나무들이 모인 곳이나 숲 가운데 건축물을 만들고 이름을 지었는데, 일반적인 시선으로 보면 건축물이 크게 쓸모 있는 공간은 아니라는 점이다.
‘오당(悟塘, 깨우치는 연못)’이나 ‘평전(平田, 넓은 밭)’, ‘내심낙원(內心樂園, 마음속의 낙원)’ 등의 이름이 붙은 공간은 속이 비어 있다. 누구든 잠시 앉아 쉬거나 들어가 기도할 수 있는 공간이다. 카페가 아니기에 차나 빵을 팔 수도 없고, 기념품 숍은 더더욱 아니다. 이런 공간들이 숲 곳곳에 자리해 나무와 숲, 길과 조화를 이루며 사유원을 완성한다.

오랜 세월 풍상을 이겨낸 모과나무가 있는 정원 풍설기천년 ©강위원 / 사유원 제공

풍설기천년의 모과나무 ©강위원 / 사유원 제공

사유원의 가장 높은 전망대 첨단 ©김종오 / 사유원 제공

보고, 걷고, 그리고…
어울리지 않는 말이지만, 좀 더 합리적인 관람을 위해서는 사유원에서 추천하는 코스 중 하나를 선택해 관람하는 것을 권한다. 관람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적이다 보니 이것저것 하나씩 모두 눈에 담으려면 세 시간이 훌쩍 넘어가기 쉽다. 코스는 세 가지로 나뉘어 취향껏 선택할 수 있는 재미가 있다.
‘숲을 보다’는 사유원 내 전망대를 주로 방문하는 코스다. 알바로 시자가 설계한 ‘소대’나 승효상의 ‘금오유현대’ 등 각기 다른 산세와 풍경을 선사하는 전망대에서 사유원의 전체적인 숲을 관람할 수 있다.

공연과 명상을 즐길 수 있는 명정 ©김종오 / 사유원 제공

배롱나무가 모여 있는 별유동천 ©강위원 / 사유원 제공

‘숲을 걷다’는 사유원의 다양한 수목과 식물을 중심으로 관람하는 코스다. 108그루의 모과나무가 조성된 정원, 풍설기천년을 비롯해 배롱나무 정원인 별유동천 등 전체적인 풍경과 함께 숲속 깊은 곳에 서식하는 수종을 세세히 관찰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숲을 그리다’는 사유원의 건축 공간을 꾸민 건축가와 조경가의 공간 중심으로 둘러보는 코스다. 알바로 시자와 승효상의 건축물과 정영선이 꾸민 조경의 숲을 관람한다.
사유원의 대표 공간

현암에서 바라본 사유원 풍경 ©강위원 / 사유원 제공

현암
승효상이 건축한 곳인데, ‘오묘하고 아름다운 집’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사유원에서 첫 번째로 지은 건물로 삼면이 트인 전망을 뽐낸다. 창밖으로 일몰의 아름다움과 계절의 변화를, 건물 위 옥상에서는 멀리 창평지와 사유원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소요헌에 전시된 작품 / © 김준

소요헌을 관람하는 방문객들 위로 알바로 시자의 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 © 김준

소요헌에 걸려 있는 사진 작품 / © 김준

소요헌
알바로 시자의 건축물로 장자의 소요유(逍遙遊), 즉 ‘우주와 하나가 되어 편안하게 거닌다’라는 의미에서 가져왔다. 북카페 인사이트와 본 건물로 구성되며, 원래 스페인 마드리드에 이 설계의 건물이 건립될 예정이었지만 사유원 설립자의 설득으로 이곳에 자리 잡았다. 소요헌 내부에는 알바로 시자의 거대한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으며, 건축물 중에서는 관람객이 가장 오래 머무는 포토 스폿이기도 하다.

사유원 설립의 시작이자 대표 공간인 풍설기천년 풍경 ©강위원 / 사유원 제공

풍설기천년
사유원의 시작인 모과나무가 모여 있는 정원이다. 모과나무 108그루가 6,000여 평(19,834㎡) 부지에 전시되어 있고, 곳곳에 연못을 조성해 고목들의 그림자가 은은하게 비치도록 했다. 정원 중간에는 나무로 만든 평상 형태의 농월대가 자리하는데, 야외 공연도 즐길 수 있는 무대 역할을 할 예정이다.

알바로 시자가 설계한 채플 내심낙원의 외관과 내부 / © 김준

내심낙원
알바로 시자의 건축물이며 경당, 채플의 역할을 한다. 가톨릭에 귀의해 대부분의 재산을 소작농에게 나눠주고 평생을 가톨릭에 헌신한 김익진 선생의 가톨릭 번역서 <내심낙원>에서 이름을 가져온 곳으로, 잠시 들어가 기도를 해도 좋을 공간이다. 좁은 입구를 통해 멀리 보현산에서 뜨는 해가 정면으로 보이는 풍경이 아름답다. 건물 현판은 중국 서예가 웨이량이 썼다.
사유원은 오전과 오후로 나눠 예약 관람제로 운영 중이다. 전체를 다 돌아보는 데 대략 3시간 정도 소요되며, 관람 후 사유원 내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함께 할 수 있는 코스도 따로 마련되어 있다.
최근엔 산행과 걷기를 즐기는 이들 외에도 부러 서울이나 지방에서 예약을 하고 방문하는 관람객이 늘고 있다. 관람일 기준 최소 3일 전까지 예약이 가능한데, 평일의 경우 일주일 전에는 서둘러야 하며, 주말 관람은 예약이 꽉 차 있어 긴 인내가 필요하다.

주소 경북 군위군 부계면 치산효령로 1150
문의 +82-54-383-1278
운영시간 소요(오전 관람) 09:00~12:00 / 사유(오후 관람) 14:00~17:00
홈페이지 sayuwon.com
 

사유원 제공

사유원에 들렀다 머물 곳: 롯데호텔 울산
사유원에서 대략 110km, 차로 1시간 20여 분 거리에 롯데호텔 울산이 있다. 울산의 신도심에 자리 잡은 롯데호텔 울산은 울산을 가로지르는 태화강과 울산 12경 중 하나인 온산공단의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200여 개의 객실을 보유하고 있다. 피트니스센터와 수영장, 골프 연습장 등 다양한 시설을 갖췄다. 그중 스파 에이르는 여유로운 북유럽 감성을 담은 스파 시설로, 낮 동안 쌓인 산행의 피로를 푸는 데 제격이다.
주소 울산시 남구 삼산로 282
문의 +82-52-960-1000
홈페이지 www.lottehotel.com/ulsan-hotel
 
2022. 3 에디터:정재욱
포토그래퍼:김준 자료제공: 사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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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 3
  • 에디터: 정재욱
  • 포토그래퍼: 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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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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