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EXPERIENCE

시애틀의 시간 여행, 언더그라운드 투어
시애틀에선 100년 전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 바로 언더그라운드 투어를 하면 된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퀴퀴하고 어두운 지하로를 조명에 의지한 채 걸어간다. 깨진 전화기 파편과 아무렇게나 방치된 수레 등을 피해 길 사이사이를 걷는다. 화각이 넓은 스펙트럼 카메라로 이 영상을 담은 누군가는 어딘가 모르게 스릴러 영화의 한 장면이 연상된다고 말했다. 시애틀 언더그라운드 투어 이야기다.
시애틀의 대화재
1889년 6월 6일. 시애틀의 날씨는 맑았다. 습도는 낮았고 기온도 20℃를 조금 웃돌아 쾌청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오후 2시 15분, 1번가 인근 제재소에서 본드에 작은 불꽃이 튀면서 시애틀은 한순간에 지옥으로 변했다. 제재소 직원들은 화재 현장을 무사히 탈출했지만 최고의 날씨는 불길을 옮기기에도 최적의 조건이 되었다. 30분 후 소방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있었다. 제재소 도시로 출발한 시애틀의 다운타운 건물은 모두 목재로 변해버렸다.
시애틀의 수도 시설은 스프링스 힐 워터 서플라이 코퍼레이션(Springs Hill Water Supply Corporation)이라는 민영 회사에서 독점하고 있었는데, 화재 장소에는 소화전이 없었다. 인근에서 물을 끌어오려 해도 수압이 낮았다. 화재는 새벽 3시까지 이어졌다. 다른 도시에서도 붉게 타오르는 시애틀의 모습을 볼 수 있을 정도였다. 다운타운에 있는 도시 블록 30개가 거의 불에 탔다. 100만 마리의 쥐가 죽은 것으로 추산된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적었다. 하지만 수천 명의 시민이 집을 잃었고 이후 일자리를 잃은 이도 5,000여 명에 이른다.

복구 후 다시 찾은 전성기
시애틀 대화재는 시애틀을 완전히 파괴했지만 시애틀 시민들은 오히려 재난을 기회로 바꾸어놓았다. 6월 7일 시애틀에서 활동하는 기업인 600여 명이 모여 대책을 협의했다. 화재 이후 시애틀 재건위원회는 시애틀의 문제점들을 하나씩 손보기 시작했다. 시애틀은 해안 언덕에 자리하기 때문에 밀물과 썰물의 차이를 세심히 고려해야 하는데, 배관 설계는 그렇지 못했다. 바닷물이 밀려들면 시애틀의 하수관은 역류해 도심에 오물이 쏟아지기 일쑤였다.
제재소 마을답게 목조 건물이 많았지만 대화재 이후 화재 지역에서는 벽돌을 사용하도록 법으로 정했다. 언덕에 세운 도시라 도로 사정도 썩 좋지 않았는데, 화재가 난 건물의 1층을 지하로 매립하고 거리를 6.7m 높이로 올려버렸다. 비스듬한 경사로를 지나던 도로가 6.7m 위의 평평한 도시를 곧게 가로지르게 된 것이다. 화재 사고가 발생하고 3개월 만에 전문 소방서를 창설하고, 도시의 상하수도 시설도 갈아엎었다. 화재에 취약한 나무 파이프는 금속으로 교체했으며, 소화전도 곳곳에 비치했다.

대화재 이후 1897년 알래스카의 유콘에서 금광이 발견되면서 시애틀은 새로운 골드러시의 전초기지가 되었다. 7~10만 명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시애틀의 중심가인 파이오니어 스퀘어로 몰려들었다. 도시는 빠르게 활기를 되찾았다. 그런데 이 유콘 특수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도시의 중심가는 유흥가가 되고, 부유한 사람들은 더 나은 환경을 찾아 업타운의 주택가로 이주했다.
기존 다운타운은 독특한 복층 구조가 특징이었다. 대화재 이후 도시의 지반을 높였지만 과거의 1층이 완전히 묻혀버린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과거의 도심(1층)은 지하에 (군데군데 대화재로 인한 그을음과 함께) 그대로 남아 있었다. 당시 시애틀 주민들은 지하를 활용하고 있었다. 창고로 사용하거나 지하에서 살기도 했다. 하지만 알래스카의 유콘 특수가 사라지고 부유층이 업타운으로 이주하면서 지하는 버려지고 용도 폐기되기 시작했다.
시애틀은 새로운 지상 위에서 점점 변화하고 번창해갔다.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태평양의 핵심 군수 도시가 되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등 첨단 IT 기업들의 본사가 자리한 테크놀로지 도시가 되기도 했다. 세월의 흐름 속에서 지하는 점점 잊혀갔다.

빌과 셜리 부부가 살려낸 언더그라운드
개발이 한창이던 1950년대 미국. 낡은 다운타운의 건물 소유주들은 재개발 열풍을 타고 경제적 이익을 얻으려 했지만 의회가 제동을 건다. 국가역사보존법을 제정해 오래된 건축물을 허물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당시 빌 스파이덜과 그의 아내 셜리는 시애틀의 역사 보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이었다. 시애틀 토박이 빌 스파이덜은 대학 졸업 후 10년간 <시애틀 타임스>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다. 1946년부터는 파이오니어 스퀘어에 직접 회사를 설립해 운영했다. 시애틀의 오랜 풍광을 좋아한 빌과 셜리 부부는 파이오니어 스퀘어 아래의 거대한 통로를 되살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거대한 통로가 사실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품고 있는 도시였기 때문이다.

빌 스파이덜은 <시애틀 타임스>에 지하 도시 투어의 가능성을 언급하는 칼럼을 게재했고, 이것이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게 된다. 이틀 동안 300통의 편지와 전화가 쇄도했다. 빌 스파이덜 부부와 지원자 300명은 시애틀 시청에 지하를 복원하자는 민원을 넣었다. 결국 지하를 복원하고 여행하는 것이 허가되었다. 1965년 청년상공회의소는 ‘시애틀에 대해 알아가는 날’ 행사를 열면서 빌 스파이덜 부부에게 1인당 1달러의 투어를 진행해보라고 제안한다. 첫 여정에는 시애틀 시민 500명이 참가했다. 시애틀이라는 도시가 만들어지던 시기로 떠나는 시간 여행은 역사적 가치가 높을 뿐 아니라 관광사업으로서의 가능성도 컸다.
이렇게 ‘언더그라운드 투어’가 탄생했다. 인기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높아졌다. 시간이 흐르는 만큼 더 먼 과거로 여행하는 것이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1988년, 76세가 된 빌 스파이덜은 뇌졸중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언더그라운드 투어는 시애틀의 대표적 관광 상품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제 전 세계 여행객이 시애틀 지하 도시를 찾고 있다.

투어 즐기기
언더그라운드 투어는 홈페이지에서 예약하거나 파이오니어 플레이스 파크에서 티켓을 구입하면 참가할 수 있다. 투어는 75분 동안 진행한다. 시간 여행의 출발점은 시애틀 도시의 설립자 가운데 한 명인 닥터 메이너드의 집이다. 약 20분 동안 가이드가 유머를 섞어가며 시애틀 초기 역사를 알려준다. 그리고 길 건너 과거의 타운 속으로 들어선다. 지상과 지하를 넘나들면서 1900년대 전후의 도심과 생활상을 훑어본다. 한국이 조선과 대한제국 사이에서 흔들리던 시기, 미국의 다운타운에선 수세식 변기를 사용하고 있었다. 어떤 구간에선 두툼한 유리 천장을 통해 지상의 빛이 지하까지 흘러 들어온다. 천장(한편으로는 도로)을 유리로 만든 것은 대화재 이후 공사의 흔적이다. 복개 공사를 하면서 채광을 위해 일부러 유리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조명이 설치되어 있어 생각보다 밝았지만, 발길이 닿지 않는 부분은 어두워서 오싹한 느낌도 든다. 식탁, 의자, 타자기, 재봉틀 등 과거의 유물을 살피며 걷다 보면 어느새 선물 가게에 도착한다.
이제 과거에서 나와 현재로 귀환할 시간이다. 계단을 오르내리며 쌓인 피로는 편안한 21세기의 숙소에서 풀어야 한다. 가까운 곳에 롯데호텔 시애틀이 있다.

언더그라운드 투어
운영시간 9:00~19:00(4~9월) / 10:00~18:00(10~3월)
홈페이지 www.undergroundtour.com
 

시애틀에서 머물 곳: 롯데호텔 시애틀
2020년 9월에 오픈한 롯데호텔 시애틀은 시애틀 5번가 미드타운 중심가 44층 높이의 빌딩에 위치한다. 빌딩 전체가 유리로 되어 있어 햇빛이 들어올 때마다 주위 시애틀 경관을 한층 밝게 비추는 외관과 창의적이면서도 모던한 느낌으로 구성한 총 189개의 객실은 시애틀이 품은 아름다운 자연경관에서 영감을 얻었다. 호텔 인근에는 스페이스 니들, 파이오니어 스퀘어,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등 대표 관광 명소가 모여 있어 비즈니스와 관광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시애틀의 대표적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주소 809 5th Avenue, Seattle, WA 98104
전화 +1-206-800-8110
홈페이지 롯데호텔 시애틀
2022. 6 에디터:이영주
글: 이중한

Where to st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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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 6
  • 에디터: 이영주
    글: 이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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