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EXPERIENCE

봄, 번식철을 맞아 국립공원에 날아든 나비떼

시간을 초월한 신비의 땅, 꾹프엉
온통 나비로 가득한 세상을 보고 싶은 이들이 베트남 꾹프엉 국립공원을 방문했다. 고요하지만 화려한 동식물의 향연이 펼쳐진다.
“나비와 친구가 되려면 우선 당신이 자연의 일부가 되어야 해요. 인간으로서의 기척을 지우고 여기서 가만히 자신을 나무나 풀이나 꽃이라고 믿는 거예요. ··· 나비는 그 무엇보다도 허망하고 우아한 생물이랍니다. 어디에서 왔는지 모르게 태어나 한정된 아주 조금의 것만 조용히 원하고,
이윽고 어디로 가는지 모르게 살그머니 사라져요. 아마도 이곳과는 다른 세계로···.”

ー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1Q84> 중에서 ー

꾹프엉 국립공원의 평온한 풍경

활기차고 분주한 하노이 도심 여행에 슬슬 피로감이 들기 시작한다면 고요한 적막을 찾아 발걸음을 옮겨보자. 하노이에서 차량으로 세 시간 남짓이면 원시의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신비의 땅에 다다른다. 베트남 최초의 국립공원이자 최대 자연보호구역인 꾹프엉 국립공원(Vuon Quoc Gia Cuc Phuong)이다.

국립공원 밀림 속 가득한 나무들

월드 트래블 어워즈 수상한 국립공원
해외 여행자의 발길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꾹프엉 국립공원은 돌과 물, 바람과 시간이 만들어낸 석회암 카르스트지형과 녹음 우거진 원시림이 공존하는 지대로 고고학, 지질학, 생물학적으로 의미가 큰 곳이다. 베트남 생물 다양성에서 중요한 입지를 담당하며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생태의 보고다. 멸종위기종인 랑구르(인도 원숭이)를 포함해 포유류 100여 종, 조류 300여 종, 꽃 약 2,200여 종, 벌레 450여 종, 나비 400여 종 등 수많은 동식물이 이곳에 보금자리를 두고 있다.
여행업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월드 트래블 어워즈 2021(World Travel Awards 2021)에서 아시아 최고의 국립공원으로 선정되었다. 정글과 동굴을 탐험하고, 숲길을 트레킹하고, 천년 나무를 비롯한 고대 식물군을 관찰하고, 희귀 생태계 속 야생동물을 만나 교감하며 자연에 녹아들기. 꾹프엉 국립공원을 만끽하는 최고의 여행법이다.
원시림에서 내딛는 모든 발걸음에는 생명의 기운과 자연의 냄새, 소리 같은 날것의 감각이 따라온다. 지척에 널린 돌과 나무에까지 이끼가 내려앉은 덕에 온통 초록의 세상이 펼쳐진다. 천장을 가득 메운 나뭇잎 사이로 이따금 한 줄기 빛이 쏟아진다. 그런 것들이 우리의 지친 영혼을 치유한다.

번식기의 나비들은 꾹프엉 국립공원으로 찾아온다.

천년 나무와 나비 떼의 춤
방문객이 가장 즐겨 찾는 트레킹 루트는 천년 나무를 보러 가는 왕복 5km 코스다. 도보로 3시간가량 소요된다(국립공원 입구에서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이용해 약 20km를 달려 ‘파크 센터’에 정차하면 트레킹 루트에 진입할 수 있다. 그곳에서부터 2.2km 지점에 천년 나무가 있다). 천 살이 넘었다는 높고 굵고 거친 나무 앞에 서면 절로 기분이 숙연해진다. 위대하고 묵묵한 자연 앞에서 인간의 생은 얼마나 짧고 덧없던가.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우거진 열대우림을 걸으며 “수많은 나비가 처음도 끝도 없는 의식의 흐름을 순간적으로 가로지르는 구두점처럼 여기저기서 나타났다 숨었다” 하는 풍경을 보노라면 소설 <1Q84>의 주인공 아오마메의 말처럼 “시간 감각을 잃는 듯한 마음이 들” 것이다.
걸으며 마주하는 모든 풍경이 장관이지만 그중에서도 사람들의 마음을 홀리는 가장 신비한 생명체는 뭐니 뭐니 해도 나비다. 특히 매년 4~5월에는 약 400여 종의 나비 떼가 이곳에 날아들어 환상적인 춤을 선사한다. 누군가는 ‘요정의 춤’이라 하고, 누군가는 ‘신비한 마법’이라며 감탄하는 나비 떼의 날갯짓. 이 땅의 것을 넘어선 궁극의 아름다움이다. 천년을 산 나무가 있는 곳, 나비 요정이 떼로 춤을 추는 곳, 이 꿈결 같은 풍경에 어찌 취하지 않을 수 있을까.

공원 내부에 깊숙이 숨어 있는 동굴

석회암 동굴 그리고 인류의 역사
시간이 이곳에 새겨놓은 것은 고대 식물군과 다양한 동물 생태계뿐이 아니다. 우리는 꾹프엉 국립공원에서 인류의 발자취를 더듬어볼 수 있다. 석회암 지대에 여기저기 자리한 동굴에서 인류의 역사와 고대 생물의 흔적이 관찰되었다. 인간이 이 일대에 거주한 것은 무려 7,000~12,000년 전 선사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람이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동굴과 돌도끼, 뼈로 만든 창, 굴 껍데기 칼 등의 유적이 발굴되었다. 학자들은 아직 발견하지 못한 동굴이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선사시대인의 동굴(Dong Nguoi Xua, Cave of Prehistoric Man)에 들러 옛사람의 흔적을 느껴보자. 동굴로 향하는 길은 다소 가파른 편이며, 방문 시 플래시를 지참하는 것이 좋다.

동남아시아의 고유종인 검은 가슴 거북

가장 다채로운 컬러를 지니고 있다는 붉은정강이두크 원숭이

위기에 처한 영장류와 거북
꾹프엉 국립공원은 멸종위기에 처한 희귀 영장류와 거북 등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보존하는 프로젝트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매년 수백여 마리의 위기 동물을 구조해 보살핀 뒤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프로젝트다. 국립공원 입구 왼쪽에 위치한 보호센터에서 위기 동물 케어 과정을 직접 보고 보존 작업 전반에 대해 배울 수 있다. 지구촌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야생동물 구조에 작은 힘을 보태고 싶다면 꼭 방문해보기 바란다. 사소해 보일지라도 한 사람의 방문, 한 사람의 관심이 모이고 모여 우리 생태계에 닥친 위기를 극복해나갈 힘이 될 것이다.

꾹프엉 국립공원
하노이에서 꾹프엉 국립공원까지는 자동차 또는 오토바이로 이동해야 한다. 국립공원 내부도 길이 다소 험하고 이정표가 세밀하지 않기 때문에 여행 난이도가 비교적 높은 편이다. 해외 여행객들이 쉽게 찾아갈 수 없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오지 탐험에 숙련된 여행자, 현지 교통 상황과 언어를 잘 아는 경우가 아니라면 안전을 위해 단체 투어를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국립공원 입장료는 한화로 약 3,000원. 동물보호센터 가이드 투어 시 비용이 3,000원 추가된다.

위치 8J85+MFX, Nho Quan, Ninh Bình
홈페이지 www.cucphuongtourism.com.vn

하노이에서 머물 곳: 롯데호텔 하노이
롯데호텔 하노이는 하노이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한 롯데센터 하노이의 상층부에 위치한다. 도시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수려한 전망을 자랑하며, 318실의 객실은 베트남 전통 문양을 차용해 디자인해 아름답다. 베트남 특산물은 물론, 세계 각지에서 공수한 신선한 식자재로 만든 환상적인 요리를 제공하는 레스토랑과 하노이의 스카이라인을 조망할 수 있는 루프톱 바 등 여행객의 입을 즐겁게 하는 요소도 가득하다.

주소 54, Lieu Giai St. Cong Vi Ward. Ba Dinh, Hanoi
문의 +84-24-3333-1000
홈페이지 www.lottehotel.com/hanoi-hotel
2022. 8 에디터:정재욱
글: 전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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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 8
  • 에디터: 정재욱
    글: 전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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