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EXPERIENCE

[DAYTRIP] 혼자 떠나도 괜찮은 강릉 여행
중앙시장과 안목해변으로 유명한 강릉. 흙을 빚고 필름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며 강릉에서 오롯이 나를 마주하는 힐링 트립을 떠난다.
강원도 강릉은 혼자 가기 좋은 국내 여행지로 손꼽힌다.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훌쩍 떠나기에 접근성이 좋은 데다 아름다운 동해와 산, 바다 등 드라이브를 위한 멋진 풍광이 펼쳐지는 코스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혼행’의 장점을 조금 더 깊이 있고 자연스럽게 이끌어내기 위해 강릉에서의 하루 투어를 준비했다. 강원도의 넘실대는 바다를 마주한 롯데리조트속초를 기점으로 하루 정도 시간을 내어 아침부터 저녁까지 강릉을 즐기고 돌아오는 일정이다. 이날 하루만큼은 나 스스로를 극진히 위하고, 자신과의 대화에 물꼬를 터본다는 생각으로 임한다면 한층 더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될 것이다. 강릉은 그런 여행자에게 두 손과 마음 한가득 푸른 자연과 여유를 넉넉히 챙겨준다.
[10:00 AM] 낯선 필카를 다루는 기분, 식물원
롯데리조트속초에서 맛있는 조식을 먹고 아침 일찍 강릉 명주동으로 떠나자. 동해대로를 따라 달리며 드넓게 펼쳐진 바다의 평화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 강릉의 구도심인 명주동은 젊은 예술가의 공간이 속속 들어서고 있는 지역이다. 그래서인지 골목을 걷다 보면 이곳저곳에서 과거와 현재가 멋스럽게 뒤얽힌 장소를 마주하게 된다.

그중 ‘식물원’은 말 그대로의 식물원이 아니다. 초록색 식물이 자라는 화분 하나 없지만, 푸릇푸릇한 마음으로 필름 카메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드나드는 곳이다. 식물원은 강릉에서 활동하는 사진작가 나소희와 원지유의 작업실로 시작했다. 이후 암실을 필요로 하는 사진작가와 예술가들의 작업 공간이 되어주거나, 강릉 로컬 신에서 각자 재미있는 일을 도모하는 크리에이터들의 아지트로 활용된다. 두 작가는 쉽고 재미있는 사진 클래스를 기획해 필름 카메라를 잘 다루지 못하는 일반 사람들을 위해 카메라 사용법부터 일회용 카메라 재활용 방법 등을 가르친다. 필름 카메라, 그중에서도 흑백필름을 활용해 이번 여행을 멋지게 기록해보는 어떨까? 프로처럼 잘 찍지 못하면 못 찍는 대로, 처음 배우는 분야에서 새롭고 낯선 자유와 감각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식물원에서는 강릉 지역의 여성 로컬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매년 여행 프로젝트 ‘엔스파이어드 트립(ENSpired Trip)’을 기획하는데, 특히 혼자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주목할 만하다. 이는 강릉을 홀로 여행하는 사람 서너 명이 한 팀이 되어 함께 사진을 찍고 영화를 보는 등 다양한 예술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원지유 작가의 말에 따르면 엔스파이어드 트립에 참가한 사람들은 함께 예술 활동을 하면서 오랜 친구에게도 터놓지 못한 속 깊은 얘기를 나누는 사이가 되어 돌아간다고. 강릉에서 새롭게 만난 인연과 예술을 매개로 뜻깊은 우정을 나눠보는 것도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주소 강원도 강릉시 명주로 9-1 2층
영업시간 목·금요일 16:00~20:00, 토·일요일 10:00~17:00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sikmulwon_
[11:00 AM] 낮술을 혼술하는 즐거움, ONW
식물원에서 5분 정도 걷다 보면 외관부터 시선을 사로잡는 카페 겸 와인 바 ONW이 있다. 이는 보통 ‘오뉴월’이라고 읽지만 ‘Oh New World’의 약자이기도 하다. 새로운 세계라니! 재치 있는 이름이 재미있는 곳에 당도하도록 만들어줄 것만 같다. ONW은 카페 겸 와인 바로 운영하는 곳으로, 오래된 한옥을 개조해 만들었다. 근처에 도착하니 고즈넉한 건물의 분위기가 압도한다. 내부로 들어서면 대들보와 서까래 등 시간을 품고 있는 구조 속에서 병풍이나 빈티지 카펫 등 그에 잘 어울리는 오브제가 멋스럽게 조화를 이룬다.

ONW은 두 채의 건물로 구성되는데, 한 곳은 카페로 다른 한 곳은 와인 바 겸 보틀 숍으로 운영 중이다. 먼저 카페의 시그니처 메뉴는 카페 라떼와 크럼블 케이크다. 강원도에서 직접 재배한 옥수수가 들어간 케이크 위에 바삭한 크럼블이 식감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인기 메뉴다. 한편 적당한 알코올을 즐기고 싶다면 다른 쪽 건물로 들어가 와인을 추천받을 수 있다. 특히 이 공간에는 전망 좋은 1인 좌석이 준비돼 있으니 참고할 것. 편안한 의자에 기대어 향긋하고 가벼운 내추럴 와인을 즐기며 차양 아래 햇빛을 받는다면, ‘혼자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 것이다.

또한 와인 바에는 강릉의 로컬 음식과 페어링할 수 있는 와인들이 준비되어 있다. 꼬막비빔밥이나 닭강정 등 강릉 일대 인기 음식을 포장해 와 와인과 함께 즐겨도 된다. 아직 혼술이 부담스럽다면 ONW에서 와인을 보틀로도 구매 가능하니, 밤바다를 보며 조용히 홀로 즐길 만한 와인을 사 가는 것도 방법이다. 대체로 여행과 좋은 술은 함께해야 하고, 그 둘의 조합이 적당히 잘 어우러진다면 낭만적인 하루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주소 강원도 강릉시 남문길 9
영업시간 매일 10:00~22:00, 수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onw_gn
[2:00 PM] 흙으로 빚은 강릉의 기억, 산소울 도자기공방
여행 도중 마주한 황홀한 장관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담아봐도 그 여행을 온전히 기억하기에 한계가 있음을 느낀 적이 많을 터. 하지만 그 매체가 강릉에서 직접 빚은 도자 소품이라면 어떨까? 일상에서 소품을 만지고 사용할 때마다 강릉 여행의 살아 숨 쉬는 감각을 오래도록 보존할 수 있을 것이다. 산소울 도자기공방은 강소율 작가가 운영하는 작업실이자 쇼룸이며 도자 수업 공간이다. 강소율 작가는 강릉 명주동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로, 외지에서 미술과 도예를 공부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3년째 산소울 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원데이 클래스는 공방에서 인기가 높은데, 작가의 안내에 따라 직접 도자 소품을 만들어볼 수 있다. 자유로운 상상 아래 2시간 정도 흙을 빚는 일에 몰두하다 보면 마음속 복잡한 문제들도 흙의 표면처럼 매끄러워지는 마법을 경험하게 된다. 그날 완성한 기물은 초벌 등 남은 과정을 거쳐 2주 후 집으로 배송해준다. 시간이 지나 자신이 만든 작품을 받고 강릉에서의 추억을 다시금 떠올리게 되니 클래스에 참여한 사람들의 반응이 좋다고 한다.

직접 흙을 빚을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 작가가 강릉의 바닷속을 상상하며 직접 만든 인센스 홀더와 촛대 등 개성 넘치는 소품을 현장에서 구매할 수 있다. 산소울 도자기공방의 원데이 클래스는 특히 혼자 온 여행객이 많이 참여하는 편이다. 그런 여행객을 위해 강릉 토박이인 강소율 작가는 강릉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스폿으로 안목해변에서 강문해변 방향으로 가는 솔숲 길을 추천해주곤 한다. 산소울공방의 도자기 클래스를 들은 뒤 남은 시간에 여유롭게 솔숲 길을 걸으며 작가가 이곳을 추천한 이유에 대해 헤아려보는 것은 어떨까?
주소 강릉시 임영로 192 2호
영업시간 매일 12:00~18:00, 월·화요일 휴무(인스타그램 참고)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san_soul_
[4:00 PM] 영화로 쉼표를, 이스트씨네
강릉의 마지막 일정은 강릉 정동진의 영화 큐레이션 서점 이스트씨네다. 겨울의 세찬 바다와 추위 속에서 노란색의 따뜻한 빛을 발하는 간판을 따라 들어가면, 일반적인 바다에선 결코 볼 수 없는 장면을 마주하게 된다. 바로 영화관이다. 어둑한 실내에서 시력이 적응할 만한 잠깐의 시간이 지나면, 붉은 커버를 씌운 관람석과 스크린이 나타난다. 한쪽 구석에는 팝콘을 파는 작은 티켓 부스도 보인다. 서울에서 서점을 운영하던 오승희 대표가 서울을 벗어난 삶을 꿈꾸던 중 정동진독립영화제와 신영극장 등을 자주 다니다가 자연스레 이곳에 터를 잡았다. 그녀는 오랫동안 국내외를 혼자 여행하면서 기억에 남은 장소, 인상적인 공간의 요소를 이스트씨네에 하나씩 구현하기 시작했다.

이스트씨네에서는 맛있는 비건 빵과 함께 커피 등 음료를 즐길 수 있다. 또 심혈을 기울여 직접 고른 영화 원작 소설, 여성 영화 감독의 에세이, 비평 등 감도 높은 책을 구매하고 읽을 수 있다. 또한 종종 이스트씨네에서 직접 기획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데, 관람은 사전 예약을 통해 가능하다. 영화에 관련한 워크숍에서는 영화를 매개로 여러 사람과 다양한 시각으로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을 보내기에도 좋다.

이스트씨네의 다양한 행보에서 공통으로 느껴지는 것은 ‘쉼’이다. 이들은 책과 영화를 통해 여행객이 진정한 쉼을 누리길 바라는 마음으로 공간을 가꾼다. 그래서일까. 혼자 바다를 보러 온 사람, 혼자 해변을 걷는 사람 등 홀로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들이 이스트씨네를 하나의 커다란 ‘쉼표’로 활용하길 바라는 마음이 공간 곳곳에 묻어난다.
주소 강릉시 강동면 헌화로 973
영업시간 매일 07:30~11:00, 13:00~17:00, 화·수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eastcine_bookshop
[7:00 PM] 속초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 풍경, 롯데리조트속초
강릉의 도심 곳곳을 다녔으니 강원도의 가장 큰 매력인 속초의 밤바다로 다시 돌아갈 때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외옹치 언덕에 자리한 롯데리조트속초는 모든 객실에서 바다의 파노라마를 감상할 수 있다.

강릉의 ONW에서 골라 온 와인을 롯데호텔리조트에 준비된 룸서비스의 음식과 페어링해보는 것은 어떨까? 만약 알코올이 조금 부족하다 싶으면 롯데리조트속초에 마련된 R.9PUP(구펍) 바를 추천한다. 아트몬스터, 강릉 버드나무브루어리, 속초의 크래프트루트까지 맥주 애호가 사이에서 핫한 브루어리 맥주를 한곳에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R.9PUP이 직접 큐레이션한 바이닐 앨범을 감상하며 밤바다의 여운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남김없이 맛보길 바란다.
주소 강원도 속초시 대포항길 186
문의 1588-4355
홈페이지 www.lotteresort.com/sokcho/ko
2023. 2 에디터:이영주
글: 백가경
포토그래퍼:오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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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 2
  • 에디터: 이영주
    글: 백가경
  • 포토그래퍼: 오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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