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EXPERIENCE

허드슨강 빈티지 기차 여행
팬데믹으로 한동안 멈춰 있던 허드슨강 빈티지 기차 여행이 다시 운행을 시작했다. 뉴욕 펜역 모이니핸 트레인홀에서 시작해 올버니까지 이동하는 일정을 따라 20세기 낭만을 느껴보자.
미국에도 ‘오리엔트 특급’이 있다
기차 여행의 낭만을 꿈꾼 사람이라면 한 번쯤 ‘오리엔트 특급(Orient Express)’을 들어봤을 테다. 오리엔트 특급은 유럽의 동서를 횡단하던 열차로, 화려한 장식이 달린 침대칸과 고급 레스토랑 등을 갖추고 운행했기에 오늘날 ‘럭셔리 열차 여행’의 동의어가 되었다. 참고로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 <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이 열차에서 영감을 얻어 완성한 것이다.

복고풍 복장으로 열차에 탑승하는 승객들 ©United Railroad Historical Society

허드슨강을 지나는 기차 ©United Railroad Historical Society

미국에서도 오리엔트 특급 못지않은 호화 기차 여행을 누릴 수 있다. 다름 아닌 ‘허드슨강 빈티지 기차 여행(Hudson River Rail Excursions)’이다. 오래된 빈티지 철도 차량을 타고 뉴욕시에서 올버니를 오가는 당일치기 기차 여행이기에 ‘미니 오리엔트 특급’이라고 부른다.
이 기차는 뉴욕 맨해튼의 빽빽한 마천루를 벗어나 낭만적인 허드슨강의 정경을 감상하며 지나간다.
허드슨강 빈티지 기차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20세기 리미티드(20th Century Limited)’라 일컫는 빈티지 기차다. 20세기 리미티드는 1902년부터 1967년까지 실제 운행하던 기차로, 뉴욕에서 시카고까지 수많은 승객을 싣고 날랐다. 당대 내로라하는 부자들과 상류층이 이 열차를 탔다. 그중 코코 샤넬, 메릴린 먼로, 월트 디즈니 같은 거물도 있었다.

오래된 열차지만 기품 있어 보인다. ©United Railroad Historical Society

당시 20세기 리미티드는 커튼이 달린 침대칸부터 고급 레스토랑, 응접실 등 호화 시설로 가득해 ‘철도 위를 달리는 특급 호텔’이라고 불렀다. 일부 1등석 승객에게는 탑승할 때 레드 카펫을 깔아줬다고 한다. 할리우드 영화 시사회 행사장의 레드 카펫 행사가 여기서 비롯했다고. 20세기 리미티드는 말 그대로 당시 부유함의 상징이었던 셈이다.
뉴욕을 대표하는 호화 열차인 만큼 20세기 리미티드는 각종 매체에서도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광고 및 기사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기차’ 또는 ‘세계 최고의 기차’로 칭했으며, 앨프리드 히치콕의 영화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에 등장하기도 했다. 1978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는 이 열차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 <20세기>를 발표했을 정도다.

열차 안에서 와인잔을 기울이며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 ©United Railroad Historical Society

©United Railroad Historical Society

©United Railroad Historical Society

©United Railroad Historical Society

20세기의 낭만을 만끽하다
허드슨강 빈티지 기차 여행은 뉴욕 펜역에서 시작된다. 펜역(Penn Station)은 ‘펜실베이니아역’의 줄임말로, 뉴욕 시민에겐 친숙한 명칭이다. 1910년에 조성한 펜역은 명실상부 뉴욕을 대표하는 기차역 중 하나이며, 뉴욕을 오가는 다양한 열차와 지하철 등이 이곳에 집결했다가 빠져나간다.
허드슨강 빈티지 기차 여행의 장점은 2021년 새로 오픈한 모이니핸 트레인 홀(Moynihan Train Hall)의 프리미엄 라운지인 뉴 메트로폴리탄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승객은 열차가 출발하기 전까지 뉴 메트로폴리탄 라운지에서 커피, 음료, 샌드위치를 비롯해 간단한 다과 등을 즐기며 편하게 대기할 수 있다.

©United Railroad Historical Society

여정은 오전 11시 20분에 이르러 열차가 펜역을 떠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정거장 앞에는 예전처럼 레드 카펫이 깔려 마치 귀빈 대접을 받는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열차는 단 두 칸뿐인데, 히커리 크리크(Hickory Creek)와 태번라운지 43번(Tavern-Lounge No. 43)으로 나뉜다. 히커리 크리크는 일종의 일등석으로 4개의 침실 및 욕실, 16인용 라운지 좌석, 8인용 다이닝 좌석 등을, 이등석인 태번라운지 43번은 28인용 라운지 좌석과 다이닝 좌석 및 바를 갖추고 있다. 운임 비용은 각각 평일 349달러와 149달러, 그리고 주말 및 공휴일은 379달러와 179달러로 좌석에 따라 약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열차의 내부는 20세기 초를 상징하는 아르데코풍 인테리어가 눈에 띈다. 실내는 우아하면서도 직선과 곡선의 조화가 돋보이며, 금속 장식 등이 빈티지적 분위기를 잘 살려준다. 창밖에는 허드슨강과 주변 산맥의 정취가 어우러져 운치 있는 풍광을 선사한다.

©United Railroad Historical Society

기차 여행 동안 다양한 코스 요리가 제공된다. ©United Railroad Historical Society

짧지만 충분한 하루
펜역을 떠난 기차는 약 두 시간 반을 달려 오후 1시 50분경 올버니렌슬리어역에 도착한다. 펜역에서 올버니렌슬리어역으로 향하는 도중 점심은 12시 정각에 딱 한 번 제공한다. 히커리 크리크에 탑승한 승객에게는 4코스 요리를 포함해 맥주와 와인을, 태번라운지 43번 승객에게는 케이터링 샌드위치와 사이드 요리를 뷔페 스타일로 낸다.
올버니렌슬리어역에 도착하면 모든 승객이 하차해야 한다. 승객들은 각자 역에서 기다리거나 올버니 시내에서 개인 투어를 즐길 수도 있다. 약 두 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시내 여행을 하기엔 벅차겠지만, 뉴욕주립박물관·올버니역사예술협회·뉴욕주 의사당 가이드 투어 또는 워싱턴 공원 중 한두 곳을 정해 둘러보길 권한다. 올버니 시내 여행을 마치고 4시 30분까지 올버니렌슬리어역에 왔다가 다시 열차를 타고 왔던 길을 거슬러 저녁 7시 5분경 펜역에 도착하는 것으로 짧은 여정이 마무리된다.

©United Railroad Historical Society

허드슨 기차 여행 티켓은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예매만 가능하다. 현재 열차 티켓은 대부분 예약이 마감된 상태지만, 간혹 한정판 추가 티켓을 발매하기도 하니 포기하지 말고 꼭 확인해보자. 운 좋게 예약에 성공한다면 20세기 상류층의 낭만을 맘껏 즐길 수 있을 테니.

홈페이지 www.hudsonriverrail.com

뉴욕에서 머물 곳: 롯데뉴욕팰리스
롯데뉴욕팰리스는 19세기 말에 지은 금융가 헨리 빌라드의 맨션과 55층의 현대식 타워가 공존하는 호텔이다. 미국 드라마 <가십 걸>을 비롯해 여러 영화에 등장하며 뉴욕 여행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 총 909개의 객실을 보유하고 있으며, 15세기 이탈리아 대성당을 모티프로 한 아름다운 정원과 레스토랑 빌라드, 고급 살롱인 래리티스, 칵테일 바 트러블스 트러스트 등 레스토랑과 바를 갖추고 있다.

주소 455 Madison Avenue at 50th St., New York
문의 +1-800-804-7035
홈페이지 www.lottenypalace.com
2023. 6 에디터:정재욱
글: 이시우
자료제공: 허드슨 리버 레일

Where to stay?

LOTTE HOTELS & RESORTS
  • 2023. 6
  • 에디터: 정재욱
    글: 이시우
  • 자료제공:
    허드슨 리버 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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