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EXPERIENCE

속초는 항구다
강원도 바다를 만나기 위해 떠난 여행, 다양한 해산물과 맛집이 즐비한 속초의 항구에 들렀다.
속초는 항구도시다. 인구 8만 명이 거주하는 작은 도시 속초는 장사항, 동명항, 속초항, 외옹치항, 대포항, 설악항을 품고 있다. 어업과 수산업의 발달로 자연스럽게 항구가 생겨났다. 대포항과 외옹치항은 일제강점기에 수탈한 물자 수송을 위해, 속초항과 장사항은 한국전쟁 이후 1950년대에 피란민들이 정착하면서 번성하기 시작했다. 설악산 진입로 가까이에 위치한 설악항은 1980~1990년대 설악산을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속초의 항구 곳곳에 말린 생선들이 즐비하다.

1950년대에는 속초 사람 5명 중 한 명이 어업에 종사했다고 하니, 항구는 속초 사람들에게 무척 가까운 존재였고 삶의 무대이자 생계의 터전이었다. 오직 여기 속초에서만 즐길 수 있는 특별한 항구 여행. 싱그러움을 가득 머금은 초여름의 속초를 만끽할 수 있도록 속초를 대표하는 항구 세 곳과 볼거리, 먹거리를 소개한다.

영금정이 보이는 동명항 풍경

현지인은 동명항이지
‘동해에서 밝아오는 항구’라는 뜻의 동명항은 속초 시민과 인근 현지인이 가장 많이 찾는 항구다. 속초 8경 중 하나인 영금정 등대전망대도 한몫하겠지만, 무엇보다 사람들을 동명항으로 불러들이는 가장 큰 요인은 ‘자연산 활어회 시장’이다. 이곳에서는 동해에서 잡힌 제철 ‘잡어’를 맛볼 수 있다. ‘잡어’라는 어감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도시에서 흔히 접하는 광어·도미·우럭 등의 생선 외에 현지에서 잡힌 다양한 종의 물고기를 두루 의미한다. 도다리와 횟대, 전복치(괴도라치) 등의 속초 특산 어종은 ‘잡어’라는 겸손한 별명과 달리 사실상 동명항의 ‘주인공’이다. 계절에 따라 생선이 바뀌는 광경을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7월은 쥐치, 복어, 오징어의 달이다.

동명활어센터 전경

소쿠리에 생선과 해산물을 담아 파는 상인

새벽 5시 30분, 동명항 활어 센터는 경매로 분주하다. 밤새 잡힌 물고기들은 경매장에서 거래되어 코앞에 있는 가게의 수조로 옮겨진다. 이러니 신선하지 않을 수 없다. 동명항 활어센터는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방식도 독특하다. 생선당 ‘정찰제’로 가격이 매겨지는 것이 아니라, 손님이 금액을 제시하면 소쿠리에 여러 종류의 자연산 활어(잡어)를 조합해 ‘얼마’ 어치를 만들어주는 시스템이다. 관광지라서 바가지를 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속초 현지인도 똑같은 방식으로 동명항을 이용한다. 두 사람 기준으로 3만 원에서 5만 원이면 세 종류 이상의 싱싱한 활어에 멍게나 소라, 가리비 등을 서비스로 듬뿍 받을 수 있다. 정겨운 말 한마디면 콩고물이 하나라도 더 떨어지는 인심을 간직한 곳이 동명항이다. 항구 입구에도 놓칠 수 없는 포인트가 하나 있다. 평생을 물질하고 살아오신 속초의 해녀 할머니들이 직접 딴 성게나 해삼 등을 좌판에서 손질하며 판매한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신선한 성게를 실컷 먹을 수 있는 기회다.

주소 강원도 속초시 동명동
홈페이지 dongmyeong-port.co.kr

외옹치항에 정박해 있는 어선

몽환적인 바닷길 산책 끝자락, 외옹치항
바다 도시 속초를 여행하며 해변 구경을 놓칠 수 없다. 요즘 속초에서 가장 유명한 해변은 ‘속초해변’이다. 대관람차 속초아이가 들어서면서 속초에서 반드시 들러야 하는 여행 스폿으로 거론되며 인기 몰이를 하는 중이다. 대관람차를 구경한 뒤 해변을 따라 쭉 걸어보자. 진짜 아름다운 것은 해변의 끝에 숨어 있다. 해변 끝자락에 살포시 놓인 나무다리. ‘외옹치 바다향기로’라는 다정한 이름을 가진 산책길이다. 속초 8경 중 하나인 바다향기로는 기막힌 절경을 뽐낸다. 왼쪽으로는 망망대해가 펼쳐지고, 오른쪽으로는 샛초록 풀들과 강인하게 뻗은 해송이 위엄을 드러낸다. 철썩철썩 파도가 바위에 부딪치는 소리를 들으며 한 걸음 내디디면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착각이 든다.

외옹치로 이어지는 산책로

단층 건물에 횟집들이 늘어서 있다.

초월적이고 몽환적인 바닷길 산책의 끝엔 자그마하고 고요한 외옹치항이 우리를 기다린다. 오래전부터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온 외옹치 마을 사람들은 아직도 상당수가 어업에 종사하고 있다. 제방을 따라 늘어선 어선, 회를 파는 자그마한 식당, 낚시하는 노인, 소박한 외옹치 사람들은 예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듯 정겹고 향토적이다. ‘바닷가 마을의 작은 항구’ 하면 떠오르는 바로 그 모습. 번잡함을 피해 소박하고 조용한 곳에서 항구를 즐기고 싶다면 더도 덜도 말고 외옹치항이 딱이다.

주소 강원도 속초시 대포동

속초에서 여행자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대포항

원조의 자부심, 대포항
스포츠에서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라는 말을 하곤 하지만, 대포항은 다르다. 일제강점기와 1960년대에 발행한 우리나라 지도에 속초는 없었지만, 대포항은 표기되어 있었다고 한다. 현재까지도 연간 100만 명이 찾는 명실상부 속초 대표 관광 항구가 대포항이다.
1902년에 개항해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일제강점기, 일본은 우리나라의 수산물을 수탈하기 위해 대포항을 개발했다. 하지만 항구 뒤에 높은 산이 있어 이용에 한계가 생겼고, 이후 속초항 등으로 경제 중심점이 옮겨가면서 1940년대에 대포항은 몇 척의 어선만 오고 가는 한적한 항구가 되었다. 1980년대 경제 성장기에 국내 관광이 활발해지며 대포항은 다시 전성기를 맞았다.

사람들로 늘 붐비는 대포항 튀김골목

오징어 순대와 게 튀김 등 다양한 음식이 항구 곳곳에 가득하다.

대포항에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횟집과 게집이 즐비하지만, 대포항을 대표하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원조 튀김 골목이다. 대포항을 여행한다면 빵게, 새우, 대게 다리, 오징어 등 해산물 튀김과 오징어순대를 맛봐야 한다. 지금은 중앙시장에서도 튀김을 팔지만, 대포항 튀김 골목 상인의 말에 따르면 튀김은 대포가 원조다. 튀김 노점 역사가 30년이 넘었다고. 어린 시절 부모님의 손을 잡고 대포항을 찾아 새우튀김을 먹던 어린이들은 이제 부모가 되어 자녀의 손을 잡고 이곳을 찾는다. 바삭한 튀김과 풍미가 폭발하는 오징어순대로 배를 든든히 채운 뒤 원형으로 늘어선 제방을 따라 걸으며 대포항의 정취를 느껴보자. 육교에 오르면 항구와 동해 바다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강원도에서 머물 곳: 롯데리조트 속초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외옹치 언덕에 자리 잡은 롯데리조트 속초는 탁 트인 바다 전망으로 인기가 높다. 모든 객실에서 아름다운 바다를 감상할 수 있으며, 실내외를 아우르는 큰 규모의 워터파크는 가족 단위의 투숙객이 가장 좋아하는 시설. 이 외에 강원도의 다양한 수제 맥주를 즐길 수 있는 펍과 즉석 그릴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뷔페 레스토랑 등의 다이닝 시설을 갖추고 있다.

주소 강원도 속초시 대포항길 186
문의 +82-33-634-1000
홈페이지 www.lotteresort.com/sokcho
2023. 7 에디터:정재욱
글: 전혜인
포토그래퍼:전혜인

Where to st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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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 7
  • 에디터: 정재욱
    글: 전혜인
  • 포토그래퍼: 전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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